현실 앞에 잠시 날개를 접은
23번째 인터뷰이는 현재 백화점 의류 브랜드에서 일하고 계시는 거상 님입니다.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백화점 판매원
3.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합니다.
4. 삶에 대한 평가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6. 기타질문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8. 마침
이름(별명) : 거상
나이 : 33세
성별 : 여성
학력 : 고졸 / 현재 디지털 대학 사회복지학과 재학 중
경제력 : 혼자 살기 나쁘지 않은 정도. 그러나 둘은 불가능. 나눔도 힘들다.
안녕하세요. 저는 거상이라고 합니다. 만 33살 여성이고 학력은 고졸인데 이제 지금 디지털 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현재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현재는 백화점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판매직이에요.
브랜드의 유니폼을 입고 매장에 고객이 들어온 순간부터 판매가 끝날 때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그렇다면 현재 경제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딱 혼자 살기에는 나쁘지는 않다. 그렇다고 넉넉하진 않아도 엄청 부족하진 않다.
약간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아갈 정도는 된다.
둘? 안된다. 나눔도? 어렵다.
이 정도입니다.
지금 저의 생활이요?
아침에 일단 눈을 떠서 출근하죠. 오전 8시쯤 나갑니다. 왜냐하면 아침 10시에 오픈을 한다 해도 출근 시간에 청소하고 물건 정리하고 진열하고 이런 것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밤 8시, 주말에는 8시 반에 퇴근을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이제 학교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해요.
(듣기만 해도 육체적으로 무척 힘들 것 같습니다.)
네.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사실 제 꿈은 스타일리스트였어요. 그래서 학원 다니면서 자격증도 취득했었어요.
그런데 취업을 할 때가 되어서 보니까 현실적으로 돈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왜냐하면 그쪽 일이 아예 돈벌이가 안 됐거든요.
(미용이나 패션 쪽이 열정페이로 시작해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여야 돈을 버는 구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스타일리스트도 그런 환경이었나요?)
맞아요. 집에서 지원을 해주고 그럴 수 있을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돈은 꼭 필요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타일리스트는 포기했어요.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죠. 저는 옷을 좋아하거든요. 그치만 디자이너는 유학도 갔다 오고 해야 인정받고 옷도 만질 수 있으니까 엄두도 못 내고.
옷을 좋아하지만 디자이너도 스타일리스트도 안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옷 장사다.
(좋아하는 옷을 다루면서 돈도 벌 수 있으니 옷 장사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신 거군요.)
그런데 당장에 내 사업을 할 돈이 없으니 옷 장사를 배워보기라도 하자 결정을 하고 유통업을 경험해 보기로 결심했어요.
지하철역에 있는 큰 지하상가나, 아울렛이나, 도매시장에서도 일을 했어요.
근데 밤낮이 바뀌는 것도 너무 힘들고, 지하철역 상가도 매장마다 틀어놓는 음악 소리 때문에 이명까지 오고 그러더라고요.
(워라밸이 전혀 없었군요)
전혀요. 아침 일찍 가서 밤늦게까지 서서 일하고, 밤을 먹다가도 손님이 오면 뛰쳐나가야 하고.
건강은 나빠지고 워라밸은 없고,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워라밸을 조금이라도 챙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에 운 좋게 백화점에 들어가게 됐어요.
백화점은 8시부터 8시까지만 근무를 하니까 훨씬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12시간 근무 아닌가요? 워라밸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요.)
그래도 점심시간이 보장되니까 1시간은 밥을 편하게 먹을 수 있잖아요. 그리고 추울 땐 따뜻하고 더울 땐 시원하고.
지하상가 같은 경우는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너무 더운데, 장사판 안에서는 그래도 일을 하기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백화점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그게 경력이 됐고, 이쪽 경력은 여기서만 쳐주니 계속 백화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즐거운 건 예를 들어서 되게 좋은 고객 만날 때.
위로받는 날이 있어요. 오늘 너무 친절하시네요. 이런 한마디를 할 때도 있고, ‘언니 덕분에 되게 좋은 걸 잘 샀어요.’ 이런 말들 들을 때도 있고. 그냥 한마디 던졌는데 되게 좋은 말투였을 때, 별거 아닌데도 그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경우가 있어요. 그게 진짜 커요.
그게 아니면 손님들은 모르는 직원 할인받을 때. 원래 비싼 건데 할인받아서 되게 싸네, 이런 거요.
(소소한 기쁨이네요. 혹시 일 자체에서 오는 기쁨은 없나요?)
여기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직원들이랑 재미있게 티키타카가 잘 맞는 날 즐겁다거나 그런 게 더 많아요.
(일로써 느낄 수 있는 기쁨이나 성취감보다는 그냥 내 삶과 생활에서 어떤 사소한 기쁨들과 행복에 가깝겠군요. 하지만 힘든 일들은 많을 것 같습니다.)
힘든 일이 더 많아요. 한 마리 백조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백화점 하면 되게 좋아 보이잖아요. 되게 좋은 건물에 좋은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그런데 우아해 보이는 백조가 열심히 발을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굳이 하나하나 거론할 것까지는 없지만 안 좋은 손님을 만났을 때나, 뭐 고객님 전용은 절대 다닐 순 없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어요.
요즘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손님 전용 통로는 직원들이 못 다니게 하고 그런 게 있거든요.
그런 비인간적인 대우가 좀 있죠.
22살 무렵부터 시작했으니까 거의 11년? 중간중간 좀 쉬긴 했어도 그걸 거의 9~10년은 했다고 봐야죠.
아유, 매번 하죠.
새로운 직장을 갔을 때 브랜드가 달라지면 (옷의) 느낌이 달라지니까 재미있긴 해요. 그런데 브랜드만 달라졌을 뿐 하는 업무들은 거의 똑같기 때문에 딱 1년만 지나도 현타감이 오는 거 같아요.
그리고 어떤 브랜드에서 일하든 햇빛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무래도 늘 건물 안에서 일하시니 햇빛 볼 일이 없으시겠군요.)
네. 제가 일하는 네모 칸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으니까 약간 감옥 같다는 생각도 하고요.
날씨 보고 싶다, 햇빛 보고 싶다, 이런 생각들이 진짜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도 들어요.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 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드는 거군요.)
맞아요.
이렇게 말하면 이 직업이 나쁘게 들릴까 봐 걱정인데, 그건 아니에요. 이 일을 업으로 삼아서 행복하게 잘 일하고 계신 분들도 많거든요.
하지만 성향에 따라 저처럼 자유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순 없을 거 같아요. 휴무도 별로 없고, 연차의 개념도 없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저는 장사는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돈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장사여서. 그래서 그건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어느새 이렇게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고 나니 눈에 보이는 게 생기잖아요.
어릴 적에는 열심히 해서 돈만 모으면 시작할 거다, 이런 목표치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대출을 받아서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시장 상황도 좋지 않고,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내가 높은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사를 시작하는 게 맞는 건가.
그래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쯤 엄마가 사회복지사를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고 했어요. 그래서 배워두면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대학에 진학한 거고요.
(옷장사를 하겠다는 꿈만큼은 접지 않았고, 여력이 된다면 언제라도 하고 싶으신 거군요.)
꼭 하고 싶어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어요. 잠시 밀어둔 것뿐.
아무래도 리스크가 높은 도전을 하기에는 나이도 좀 있고 그러잖아요.
(33살이면 충분히 젊은 나이지만, 결혼이나 이런 중요한 일들을 생각하면 다소 늦었다는 느낌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주변 환경 영향도 큰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이 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보니까 나도 너무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면 안 되겠다, 미래도 같이 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은 엄마의 권유였어요.
안 그래도 현재 하고 있는 직업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딱히 다른 할 거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면 돌파구를 하나 만들어보자 해서 공부를 결정했어요.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는 없으니까 디지털 대학으로 입학했고요.
엄청 많이 끼쳤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제가 원하는 옷과 관련된 일보다는) 판매직에 훨씬 가까워요. 당장 오늘의 매출이 가장 중요하고 많이 파는 게 중요해요. 백화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거예요. 매출이 1차 목표. 그 외에 다른 목표가 딱히 있진 않아요.
어쩌다 보니 이게 경력이 되고, 경력이 되니까 같은 계열에서의 이직이 훨씬 더 쉬워져서 이 안에서만 움직이게 되고, 내가 맨 처음 꾸었던 꿈은 사라지고 돈만 남았구나 이런 생각이 항상, 정말 매일, 매 순간 들어요.
(그렇게 늘 마음속에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그 ‘다른 일’에 대해 답을 내리지 못했을 때 어머니께서 사회복지사를 권유하신 거군요.)
사실 조금 더 워라밸이 지켜지는 삶을 살고 싶다. 나도 주말에 쉬고, 빨간 날에도 쉬어 보고, 일찍 끝나는 날도 있고, 연차가 있어서 갑작스럽게 생기는 일에 대응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 마음이 좀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누가 직업이 뭐냐고 물었을 때 딱 할 말이 없는 거예요.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백화점 판매직이에요, 서비스직이에요 이런 말을 하는 게 참.
서비스직이라고 하면 되게 많잖아요. 스튜어디스도 서비스직이고 호텔리어도 서비스직이고. 결국 앞에 백화점 판매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좀 뭐랄까, 그게 아쉬워요.
그리고 저는 이걸 너무 오래 해와서 그런지 직업이라는 생각이 없거든요. 아무래도 이쪽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특별한 전문성이 없다는 거군요.)
매니저 타이틀을 달고 운영을 하는 리더의 입장이라면 모르겠지만, 평직원은 지금 인터뷰어인 김비실 씨도 가면 바로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누구든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가서 사장이 뽑으면 할 수 있는 일. 그러다 보니 저는 이걸 직업이라고 부르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폄하하는 게 아니라 누가 ‘직업이 뭐예요?’라고 했을 때 ‘저 뭐예요.’라고 한 번 직업다운 직업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저는 세무사예요, 저는 사회복지사예요, 이렇게 말만 하면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는 타이틀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셨군요.)
네.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요.
그리고 이 일이 사실상 최저시급에 가까운 급여를 받는 일이다 보니까 미래를 계획하는 게 어려워요. 조금 저금하는 정도이고, 이걸 모으고 모아서 뭘 하겠다는 꿈을 꾸기가 쉽지 않고.
그러다 보니 원래 꾸었던 사업이라는 꿈도 멀어져 가고. 나이는 차고, 현실을 보자니 내가 여기서 뭔가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키워나갈 수 있는 미래도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걸 빨리 때려치우고 다른 걸 해야겠다, 하다 보니 이제 사회복지학과 입학까지 온 거죠.
아,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코웃음 쳤거든요. 집에서 인터넷으로 강의만 들으면 된다고 하니까 할 수 있겠네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매장에 손님이 없더라도 하루종일 서 있고 움직이고 물건 내리고 이러면서 육체노동을 하다 보니까 집에 오면 솔직히 녹초예요. 그래도 돌아오면 한두 시간은 강의를 듣는 거죠. 들으면 이제 11시 12시 그러면 그때 이제 잠이 들어요. 또 아침이 시작되고 이렇게 해서 5일 6일을 버텨요.
그렇게 지금 1년 5개월을 해오니까 이제는 조금 한계점에 좀 다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하나는 놓아야 되는데 공부를 놓을 수는 없으니까 일을 놓을 예정이에요.
집중해서 공부를 빨리 끝내기로.
(어차피 미래를 위해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는 거니 차라리 빨리 집중해서 공부를 끝내자.)
사실 그것보다 몸이 좀 많이 망가졌어요. 그걸 이제 느끼기 시작했어요.
제가 되게 무딘 편이거든요. 주변에서 좀 안 좋은 것 같다, 위험한 것 같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까진 몰랐어요. 난 아직 괜찮으니까. 근데 이제 내가 스스로 건강이 나빠지는 걸 느끼니까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사실 제가 제 삶을 봤을 때 잘 살았다는 만족감은 없어요. 뭔가 성과를 이룬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도 없어요.
나는 정말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불행하진 않다.
굳이 좋다, 아니다를 따지면 좋다, 이쪽인 거 같아요.
열심히 산다, 쟤. 진짜 열심히 산다. 쟤는 항상 일하고 있다.
왜냐면, 저는 친구들 다 학교 다닐 때도 일을 먼저 했으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산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맞아. 열심히 살았다. 난 진짜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다. 즐기고 살았다.
막 엄청난 큰 타이틀을 가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 내일 죽어도 여한 없을 만큼 열심히 살고 행복하게 살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은 돈 진짜 많이 벌어서 내가 70살이 됐을 때 비비안 웨스트우즈처럼 20대 남자를 만나겠다 [웃음] 이런 거였는데, 사실 이런 거는 우스갯소리고.
요즘 들어서 딱 드는 생각은 시간으로 돈을 벌지 않고 돈으로 돈을 벌고 싶다는 거예요.
(내 시간을 시급으로 치환해야 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맞아요. 일을 안 하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저는 일이 재밌다 보니 돈이 벌리는 삶을 살고 싶어요. 돈을 위한 일을 하고 사는 게 아니라 그저 즐겁게 내 일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오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거상 님께 앞으로 직업적인 만족감을 느끼면서 돈이 따라오는 삶이 펼쳐지길 기원하겠습니다.)
좀 더 공부 좀 할걸.
사실 이건 20대까지는 몰랐어요. 그땐 공부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대학 진학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뭐든지요. 자격증이든 뭐든.
뭔가 조금 더 악착같이,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공부를 붙잡아볼 걸 하는 후회가 남아요.
왜냐하면 그때는 공부란 게 의무교육이라서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대학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꼭 굳이 대학이 아니더라도 언어나 뭐 자격증 같은 걸 따두기라도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지가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중국어를 배웠으면 판매직을 하더라도 면세점에서 일할 수 있듯이 다양한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거군요.)
네. 언어 하나만 해도 꼭 번역이나 통역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컴퓨터 자격증을 따든지, 프로그램을 다루는 걸 배우든지 해서 하나를 꾸준히 공부해 봤다면 하는 마음이에요.
(아주 구체적인 후회보다는 막연하게 내가 하지 않았던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군요.)
그렇죠.
모든 경험.
특히 20대 초반,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사사로운 경험들 있죠. 진짜 작고 작은 거.
누구나 다 할 것 같은 경험들이라 예를 들기가 조금 어려운데, 콘서트를 간다든지, 친구랑 여행을 간다던지, 그런 작은 경험들이 생각보다 많았거든요.
막상 뭐 했냐고 물어보면 답이 딱 나오지는 않는데, 그래도 좋은 기억들로 가득 차 있어요.
그때는 동대문 도매시장 이런데 새벽에 갈 때 지하철 타는 것도 재미있었고, 새벽에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저한테는 그런 사소한 경험들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유퀴즈에 나온 한 행복연구가가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상 속에 행복의 압정을 깔아 두라. 그래서 밟으면은 행복하다는 비명이 나오게. 그런 사소하지만 좋은 경험과 기억들이 일상에 깔려있기 때문에 거상 님의 삶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밤에 술 먹고 남산까지 걸어 올라가 보기, 야경 보면서 맥주 한 캔 까기. 이런 사소한 것들이 있어서 되게 좋은 거 같아요.
좀 지칠 때마다 ‘아, 그런 거 하면 기분 되게 좋을 거 같다.’ 이러면서 다음날 해보고.
그래서 저는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잘한 것 같아요.
(거상 님만의 예쁜 앨범을 만든 느낌이네요. 열어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행복해져서 힘들 때도 삶을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앨범.)
지금 그때만 생각해도 좋고 그 시간과 그 시간의 음악들이 이렇게 막 합쳐지면 행복해요.
(굉장히 낭만적인 것 같아요.)
전 제가 낭만적이라고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또 제 자신이 낭만적으로 보이네요. [웃음]
저는 다 경험은 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결혼이라는 행위를 경험하고 싶다는 쪽에 가까운 건가요?)
인생을 살면서 아직 나쁜 사람을 안 만나봐서 결혼해보고 싶다. 그런 거죠.
(현재 교제하고 계신 분이 있는데, 그 혹시 연인의 존재가 결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영향을 끼치나요? 아니면 그냥 내가 연인이 없더라도 결혼이랑은 해보고 싶을 것 같으신가요?)
없어도 해보고 싶을 것 같아요.
(현재 거상님의 나이가 서른셋입니다.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일 것 같은데, 혹시 결혼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아니요.
제 기준의 준비는 ‘지금부터 땅땅땅 시작이다!’ 이렇게 해야 하는 준비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이야기만 오가는 정도예요.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된다.
(의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어째서인가요?)
아이가 없어도 된다는 주의면 (굳이 결혼하지 않고) 그냥 혼자 살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했는데 아이 없이 둘이 사는 건 그냥 연애하는 거랑 똑같은 것 같거든요.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 안에 묶였을 때 그 둘이서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이를 낳는 거라고 생각해요.
(꼭 결혼이라는 제도 하에서만 아이가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법적인 제도 안에서 서로가 얽혀 있다면 이 안에서 안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저는 원래 아이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싶다고 늘 생각했어요.
결혼을 했는데 딩크로 살자? 그건 그냥 혼자 살면서 연애만 해도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이건 제 생각이고 개인의 선택은 모두 존중합니다.
제가 아이를 좋아하기도 해서 더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아요.
(오히려 결혼은 안 해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거상 님은 결혼을 전제로 아이를 갖고 싶으신 건가요?)
네. 저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
(어째서인가요?)
혼자 책임지는 건 싫은 거죠.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많은 책임이 필요한데, 엄마 아빠의 몫을 내가 다 책임지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딩크족도 존중하고, 사유리 씨처럼 비혼출산도 다 존중해요. 그런데 저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아빠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기준에서 아이를 생각했을 때는 그래도 함께 책임을 지고 나눌 수 있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아직은 사회적 시선도 그렇고,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의 범위도 넓어지는 것 같고.
내 입장보다는 아이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그런 것 같아요.
돈. [거상 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요즘 이삼십 대들 해봤자 평균적으로 이삼백 번다고 하잖아요. 그 돈으로 자기 자신을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진짜 차 떼고 포 떼고 나면 애 키우는 게 가능할까요?
(사실 개 키우기도 힘들죠.)
맞아요. 동물을 키운다는 것도 어렵고, 일단 나 혼자 건사하기도 어렵잖아요.
만약에 꾸준히 돈을 벌어올 수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그거마저도 끊어지면 혼자 자기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를 키우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이게 막상 결혼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돈이 제일 큰 것 같아요.
1차적으로 결혼을 하려면 어쨌든 집이 있어야 되고, 직장을 잡아야 되고.
(결혼) 준비 과정에서부터 돈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애초에 아이를 낳기 전 단계부터 안 되는 상황인데 애를 낳을 수 있겠냐는 거군요.)
네. 그러니 거기(아이)까지는 아직 생각도 못한다.
감히 엄두를 낼 수가 없다.
일단 결혼 자체도 엄두를 못 내는데 아이는 엄두를 낼 수가 없다.
(결국에는 가장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건 돈이다. 돈이 문제가 되니까.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거고,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거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같이 파생되는 것 같아요.)
첫 번째로 제가 BTS 팬이에요.
2025년에 이제 방탄 멤버들이 모두 모이거든요. 완전체 콘서트 꼭 가고 싶다!
그러니 지구인들아 힘을 모아줘!
(티켓팅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모두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삶에 다양한 어려움들이 있을 거예요.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자기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거나 삶을 포기한다거나 이런 생각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위해 끝까지 싸워봤으면 좋겠어요.
졌잘싸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이었어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을 집중적으로 보진 않잖아요. 그냥 살아가지.
근데 인터뷰를 통해서 내 삶을 이런 눈으로도 볼 수 있겠구나 라는 걸 처음 느꼈어요.
또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나? 나 그냥 되게 단순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많은 것들이 겹쳐져서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어요.
무의식 중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살았구나 한 번 정리가 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