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임의 개발자가 된 성공한 덕후
27번째 인터뷰이는 현재 게임회사의 개발자로 일하고 계시는 치이 님입니다.
1. 인물소개
2. 오늘 여기의 나 : 게임 개발자
3. 어쩌다 여기 : 유저에서 개발자가 되기까지
4. 삶에 대한 평가
5. 후회하는 일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6. 기타질문
7. 자기PR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8. 마침
이름(별명) : 치이
나이 : 20대 후반
성별 : 남성
학력 : 대졸 / 컴퓨터공학과
경제력 : 좀 더 모으면 결혼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안녕하세요. 저는 치이라고 합니다. 게임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아직은 회사를 조금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 싶은 정도고요. 그래도 좀 더 모으면 결혼 정도는 꿈꿔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수준?
제가 맡은 업무는 콘텐츠 개발 업무입니다. 기획자분께서 전달주신 기획서를 바탕으로 콘텐츠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부분은 기본이고 추가적으로 기획 요청 사항에 따라 이펙트와 애니메이션이 재생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사운드 디자이너 분께 요청한 각종 효과음과 성우분들의 녹음 파일을 받아서 게임에서 유저들이 들을 수 있는 대사와 내레이션도 나올 수 있게 하고요.
요약하자면 아트팀에서 만든 작업물들을 콘텐츠에 붙여서 일종의 조립을 하는 역할이 될 것 같습니다.
유저들은 이제 그렇게 조립된 것들을 조작해서 콘텐츠들을 즐기게 되고요. 어떤 콘텐츠로 어떤 경험을 보여줄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저들의 다양한 성향과 취향에 맞게 타이밍에 맞는 여러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작업도 중요하고요.
사람마다 취향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캐릭터의 헤어스타일, 성격, 의상 등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유저들의 입맛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요소가 나와주면 더없이 행복하고요. 캐릭터의 조작 난이도라던지 플레이 템포는 어떤지 데이터랑 통계 기반으로 계속 수정하기도 하고요. 물론 혼자 이 모든 걸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게임의 매력 요소를 설계하는 데 있어서는 다른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해요.
(들어보면 콘텐츠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 같네요.)
출퇴근은 일반적인 사무직과 비교하면 자유로운 편이에요. 완전히 프리한 건 아니지만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어요. 재택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요.
(퍼포먼스 중심의 문화로군요.)
앉아있는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라서요. 그렇다고 엉망으로 살 수는 없어요. 내가 엉망으로 살면 게임도 엉망으로 나오거든요.
(야근은 어떤가요? 판교의 오징어배라는 소문처럼 야근이 잦은가요?)
야근은 사실 누군가 강제로 시켜서 하면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강제로 야근해 본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그냥 프로젝트에 조금 더 시간을 쏟고 싶고, 이대로는 뭔가 부족하고 마음에 안 드니까 이것만 조금 더 하고 집에 가야겠다,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그럼 치이님의 경우에는 강제된 야근이라기보단 자발적으로 일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쪽이군요.)
맞아요. 아무래도 일을 끝내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요. 그전까지는 좀 최선을 다하고 싶은 거 같아요.
시간만 되면 퇴근하는 삶이 부러울 때는 있지만, 그걸 한 번도 압박감으로 느껴본 적은 없어요. 그냥 이 프로젝트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에요.
(정말 일을 즐기고 계시는 것 같아요. 뭔가 광기마저 느껴져요. ‘맑은 눈의 광인’ 같아요.)
[웃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실제로 잔소리도 들어봤어요. 생일에 연차를 쓰고 놀러 갔는데, 메신저로 계속 업무 관련 연락이 오니까 답을 해주고 싶은데, 여자친구는 연차인데 왜 일을 계속하냐고 하더라고요.
(그럼 자주 회사에 안 가고 집에서 일하고 싶다는 유혹도 좀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저는 출근하는 걸 좋아해요. 메신저로는 다 할 수 없는 소통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 자리에서 같이 모니터 보면서 실시간으로 작업하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피드백이 오가니까 훨씬 효율적이에요.
특히 콘텐츠 작업할 때는 배치나 스케일 같은 디테일을 조금씩 계속 수정해 가면서 다듬어야 할 때가 많거든요. 그런 부분은 협업하시는 분이랑 같이 보면서 조율하는 게 훨씬 더 잘 전달되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치이 님과 같은 열정이 있어야만 게임회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편으로는 치이 님을 보니 게임도 결국 하나의 종합예술적인 창작물이고, 그와 같은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작품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게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애정이 담겨 있을 때 결과물이 더 잘 나오니까요.
결과물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애정을 담아서 열심히 했구나. 이걸 유저들도 바로 느끼더라고요.
아무래도 가장 즐거운 순간은, 게임에서 제가 만든 부분을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걸 볼 때예요. 그게 참 묘하거든요. 제가 개발한 부분이 잘 작동하면서 유저가 “아, 이렇게 되니까 재밌네!” 이런 식으로 깨우치고 즐기는 걸 보면, 되게 찡해요. 특히나 디테일한 부분들에 대해서 알아봐 주면 고맙기도 하고요.
뭐.. 간혹 ‘생각을 하고 만든 건가’와 같은 날것의 피드백을 마주하게 될 때면 당황스럽고 속상할 때도 많은데 다 저희 게임에 대한 애정으로 말씀 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런 글들을 볼 때마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유저 입장에서 어떤 부분들이 불편했을지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본인의 창작물이 온전히 살아 있는 걸 마주하는 경험이네요. 그런데 소수의 인원이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드는 인디게임과 달리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서 만드는 게임의 경우 내가 참여하는 부분이 게임의 아주 일부분이다 보니 주인의식이 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그런 느낌은 없나요?)
네, 전혀요. 결국 게임 안에 제 노력으로 제가 만든 부분들이 다 들어가 있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진짜 잘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큰 것 같아요. 혹시라도 잘못되면 많은 분들의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는 거잖아요. 버그가 발생할 부분은 없는지 처음 기획 의도대로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항상 살펴보고 만든 부분들도 계속 테스트해보고 끝없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인 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럼 반대로,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은 어떤 순간일까요?)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 잘 구상이 안 될 때요. 초안은 굉장히 잘 만드는 편인 것 같거든요. 일단 러프하게 밑그림까지는 괜찮을 때가 많은데 막상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면 삐걱거리는 부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금요일까지 나올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 들으면 진짜 괴로워요. 아무래도 뭔가 마음에 안 들면 계속 갈아엎고, 갈아엎고 해야 하는데 시간을 마냥 무한하게 쓸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빨리 끝내야 다른 분들이 제 작업에 이어서 시작할 수 있기도 하고요.
(개발 직군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특히 소통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어떤가요?)
회의를 많이, 그리고 자주 해요. 결국 핵심은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걸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내용인데, 이걸 두고 모든 팀원이 같은 이미지를 공유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없으면 이런 일을 하기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자유롭게 혼자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분들은 인디게임 쪽으로 가시는 것 같아요. 팀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건 아니에요. 사실 게임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항상 제 취미 중 하나였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전공을 고민하는데 눈길이 끌려 공학과를 알아보게 됐고, 이쪽 관련해서 공부를 좀 더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학과보다 일단 컴퓨터를 다루는 일이면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 때에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공을 그렇게 정했던 것 같습니다.
1학년 땐 좀 많이 헤맸던 것 같아요. 프로그래밍 수업은 괜찮았는데 수학 공식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수학을 잘 못하는 편이고, 문과 감성이라… 근데 학과는 공대니 까요. 물리 쪽 관련해서도 계산하고 해야 될 부분들이 많았는데 학과생 중 유일하게 문과였던 저는 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와, 문과 출신인데 공대에 가셨군요. 꽤 힘드셨을 것 같아요. 공부는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전공 수업 중에 외국인 교수님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수학은 잘하는데 영어가 약했고, 저는 반대로 영어는 되는데 수학이 약했거든요.
그래서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하면서 많이 도와줬어요. 수업 끝나고 도서관도 같이 다니고, 공부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 전반에서 서로에게 의지가 많이 되는 존재였던 것 같아요.
힘들었던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서로가 버팀목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힘들었으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고민도 하셨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은 안 드셨어요?)
적성에 안 맞는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재미있게 공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냥 맞지 않아서 힘들었던 게 아니라 어렵긴 해도 즐기면서 했던 느낌이었어요. 문과지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다른 친구들이 수학과 물리에 투자했었던 시간을 따라잡기 위해 더 노력하면 되겠구나 싶은 생각뿐이었어요.
(학교에선 어떤 것들을 배우셨어요?)
거의 컴퓨터와 개발에 필요한 전반적인 건 다 배운 것 같아요. 단순한 프로그램부터 모바일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있었고, 모델링 수업도 있었고요. 이 학과만 나오면 인디게임 정도는 혼자 만들 수 있게 커리큘럼이 짜여 있었죠. 물론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는다는 전제가 필요하긴 하지만요.
그때 한창 졸업을 앞두고 인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접한 게임 하나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 게임을 처음 소개해준 친구를 일주일 만에 따라잡을 정도로 꽤 몰입해서 플레이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단순히 유저로서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개발자로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하게 들더라고요.
게임 자체도 정말 매력 있었지만, 이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도 괜찮아 보였고요. 그래서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를 목표로 삼고, 그 게임을 더 열심히 파고들면서 플레이했던 것 같아요.
물론 다른 분들 눈엔 그냥 게임하면서 노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죠.
(아무래도 자소서 쓰고 면접 준비하는 전형적인 방식이 아니다 보니까 주변에선 오해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저한테는 그게 정말 진지한 취업 준비였어요. 이 게임의 시스템, 캐릭터 분석, 수익모델, 유저 타깃층, SWOT 분석 같은 걸 다 정리하고 있었거든요. 그걸 이해 못 해주는 게 좀 속상했죠. 날 좀 믿고 기다려주면 안 되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지금 보면 그 시간이 결정적이었잖아요. 결과적으로 그 노력이 치이님을 이 회사로 데려다준 셈이니까요.)
네, 지금 회사 공고가 딱 떴을 때, 제가 이미 그 게임을 오래 해오고 있었거든요. 레벨도 꽤 높았고요. 면접 때 그런 점들을 좋게 봐주셨어요. 개발 초기부터 지금까지 패치 방향도 잘 알고 있었고, 그 게임을 진짜 유저 입장에서 이해하고 있다는 걸 면접관 분들이 알아주셨던 것 같아요.
(그땐 주변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 있었죠. 내가 해야 할 게 취업 준비인 건 나도 알고, 진짜 진지하게 게임하면서 준비하고 있었던 거니까요. 근데 밖에서 보면 그냥 노는 것처럼 보이니까… 친구들도 “야 그게 무슨 취업 준비야, 부럽다” 이랬어요. 눈치도 보였지만, 나름 즐겁게 잘 버텼던 것 같아요. [웃음]
(게임이라는 업계만의 준비 방식이 있는 거네요. 유저 경험이 곧 실력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그렇죠. 유저로서의 애정과 이해도가 곧 강점이 되는 분야니 까요. 그게 저한테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의 취업 준비였던 거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게임에서 때마침 구인공고가 올라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굉장히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일단 좀 자신 있었어요. 그리고 새로 나온 콘텐츠들을 볼 때마다 "와, 진짜 잘 만들었다" 감탄할 때도 있고, 반대로 "아, 저건 좀 아쉽다" 싶은 순간도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나라면 이렇게 만들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점점 커졌고, 그러다 보니까 그냥…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치이 님은 가장 적성에 잘 맞는,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으신 것 같습니다!)
아직도 좀 얼떨떨할 때가 있어요.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게요. 약간… 성공한 덕후가 된 기분이에요.
(성덕으로 일하고 있는 느낌이네요.)
성덕이 맞습니다! [웃음]
(일단 제가 보기에 치이 님은 자신의 삶에 아주 만족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냥… 진짜 가까운 친구들뿐만 아니라 가족들 중에서도 ‘이제 이직할 때 되지 않았냐’는 얘기를 하기도 해요. 근데 저는 아직 이직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일하는 게 마냥 즐겁기만 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옮기고 싶은 회사도 없고요. 나중에 지금처럼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은 그런 곳을 못 찾았어요.
(더 나은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금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은 해요. 혹시 내가 여기에 너무 빠져 있어서, 다른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반대로 또, 이걸 소중한 줄 모르고 나갔다가 더 안 좋은 곳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요. 주변 사람들은 그냥 ‘너만 행복하면 됐지’ 이런 반응이에요.
나만 행복하면 됐다, 그건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행복한데, 문득 ‘이 일을 과연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도 사실 잘 모르겠고요.
(현재는 행복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안고 계시군요.)
네. 근데 사실 그건 모든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감정이 아닐까요? 누구도 자기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잖아요. 크게 하고 싶은 말은 없지만 그냥 저도 늘 고민하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요.
누구나 이름 한 번쯤 들어본 개발자요. 유저들로부터 게임 참 좋아하고 잘 만들던 개발자였지, 그렇게 기억되고 싶어요. 게임 하나 자체를 책임지고 싶기도 하고요. 제 이름 걸고 잘 만들어보고 싶어요.
(직업적인 목표는 그렇고, 경제적인 목표나 노후에 대한 막연한 바람 같은 건 있을까요?)
내 집 마련이요. 집에 최고급 컴퓨터 하나 있고요. 홈 시어터도 하나 있으면 좋겠어요.
음… 사실 후회해 봤자 뭐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굳이 하나 꼽자면… 지금 당장 드는 생각은 엔비디아 주식 왜 샀을까? 뭐 이런 거요. [웃음]
음… 그냥 남들 시선이나 기준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것들? 그게 다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취업 준비할 때나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를 선택한 것도 그렇고요.
(현재 재직 중인 회사가 게임 업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만한 회사다 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는 좀 의외로 보였을 수도 있겠군요.)
맞아요. 왜 더 큰 회사 안 가냐, 들어본 데 안 가냐는 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냥 게임 자체만 봤을 때, 더 호감 가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게 저한테는 더 중요했고요.
(치이 님에게서 게임에 대한 애정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마음이 있기에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평생의 동반자는 어쨌든 좀 필요하지 않나, 그리고 그걸 완성하는 게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은 평생 함께할 사람과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고, 그래서 하고 싶다. 이런 거네요.)
네. 제 인생 설계를 할 때 한 번도 결혼이라는 걸 빼놓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가족들, 특히 부모님 모습을 보면서 많이 좋았거든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저런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나이 들어도 둘이서 같이 잘 놀고 있는 거 보면, 그냥 보기 좋더라고요.
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지금은 책임질 준비가 안 된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있으면 좋지" 정도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잖아요. 태어난 이후에 책임져야 할 시간도 길고, 제 삶을 아직은 좀 더 신경 쓰고 싶어요. 아이가 생기면 어쨌든 희생이 따라올 텐데, 그걸 희생이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아이한테 미안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당분간은 없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저도 주변 보면요, 결혼 안 한 친구도 있고, 결혼은 했는데 아이 없이 몇 년째 지내는 친구도 있고, 반대로 다둥이 키우는 친구도 있고요. 근데 어떤 선택이든 다들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게 또 다 납득이 되는 이유들이에요.
아이 없는 친구들은 대부분 자기 꿈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기도 하고요. 결국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뭐 사실, 준비가 완전히 돼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요. 그래도 이건 진짜 신중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제 친구들만 봐도 아무 생각 없이 결정할 애들이 아니라서, 다들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고려할 게 많다 보니까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네요.)
그냥... 지금 제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여자친구가 웹소설 작가인데, 지금 준비 중인 작품도 잘 되면 좋겠고요.
(두 분 모두 잘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음… 게임을 그냥 즐기는 것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안에 담긴 설계나 의도를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왜 이런 설정이 들어갔지?”, “이 설정엔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같은 거요. 그래서 게임 업계를 꿈꾼다면 단순히 재밌다에서 그치지 말고, 게임 안에 숨겨진 기획 의도와 개발자의 노고를 같이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결국 이 일이 창작이고 협업이잖아요. 게임을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힘든 일이기도 해요. 일이 많거나 사람들과의 협업에 지쳐서 그만두는 분들도 많고요.
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할 기회가 잘 없잖아요. 하다 보니까… 나중에 자서전이라도 한 번 써야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