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밤 프로그램을 모두 끝낸 자유 시간이다. 아코디언 소리에 발걸음을 옮긴다. 어슴푸레 비치는 남자는 자원봉사자나 장애우 아이의 보호자 되는 사람인 듯. 가곡이며 동요를 켜는 소리가 기숙사 창문을 활짝 열어제키게 했다. 아코디언 소리는 아련히 추억에 잠긴 모습들을 끄집어내는 마력을 지닌 듯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아 옛날’이여가 아니라 ‘오 내일’이여야 했다.
후후, 그러나 아니죠.
내일은 곧 옛날이 되는 거죠.
그래서 내가 내일이었을 때, 그때 지금은 옛날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거죠.
아코디언 연주가는 밤하늘을 건반인 양 눌러대며 말하는 듯하다. 추억어린 여름 밤 바람 내음이 아코디언 사이 건반 틈을 지나 사람들 마음결에서 살며시 누었다가 꿈틀거렸다. 꿈틀거리다가 일어나 앉아 물었다.
사람들은 왜 아프죠?
왜?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꼼짝 움직이지 않은 채, 아코디언 소리만 따라 다녔다. 갑자기, 정적을 깬 것은 장애우 아이였다. 벌떡 일어나 아코디언 소리보다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어른은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그것은 기쁨이었다.
어른은 너무 재요
그냥 소리치면 되는데
틀리면 뭐가 어때요
아아아 라라랄 아라아랄라!
이렇게 혼자 소리치면 되는데요
누가 뭐라고 하든
그건 뭐 금방 지나는 거 뿐이죠
지나가 버리니 아무 것도 아니죠
그 순간이 부끄럽다고요?
아직 아픈 곳이 부족한가 보군요
하, 지금 아픈 곳보다 더 아픈 곳이 있는데
내 것은 안 부끄럽다고 생각하는가 보군요
생각조차 하기 싫어 지금 순간 넘기고 싶은가 보군요
아니면
아픈 순간을 느끼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군요
제대로 거치지도 않고 빙 돌아 지나친 거죠?
후후후!
나는 언제나 그걸 가지고 다니죠
그냥 틀리세요
틀리고 나서 웃으세요
웃고 잃어버리세요
잃어버리고 나면 기분 좋아져요
후후 잃어버리세요
지금 목소리도 들리죠?
기쁜 것에 대해 이렇게 소리쳐 불러 본 적이 없어요
더 큰 기쁜 걸 기다리니까 그래요
마음밭이 왜 이리 넓은지요
넓어서 아무리 뛰어 다녀도 끝이 안보여요
그래서 언제나 지치죠
지칠 때마다 노래를 부르죠
어릴 때 노래가 최고죠
누구나 어릴 땐 있는 거거든요
노래 부를 땐 어린 아이가 되거든요
더 슬퍼지지 않거든요
기쁨만 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