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연극 프로그램 진행이 한창인 작은 강당 안. 송연옥 연극인이 동작을 통한 느낌 갖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서로 가까워지기 놀이를 하자.
너도 한 적이 있지? 그래 나도 한 적이 있어.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획, 뒤돌아보는 진행자 목소리가 경쾌하다.
다시,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넘어갈 듯 앞만 향한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
그래 우리는 이렇게 같아. 학생들은 아마도, 이렇듯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일은 해보지 못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아름다운 기억의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산다는 것은 이렇듯, 아름다운 장면을 계속 갖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닌 것.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는 일 또한 나에게 있어 꼭 한 번 존재하는 것. 지금의 행복은 영원히 머리에 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고 또 이야기 하게 될 것이다.
그래 네가 가고 싶은 곳
그곳으로 가는 동작은 여러가지지
끝까지 보고 가야해
그러나 언제 보아도 같은 느낌으로 있어야 해
문득 움직이지 않은 척해야 하지
정지된 세상
후후후
순간을 이어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지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동하라!
후후, 그 명령은 바로 내가 내리는 것이지
순간마다!
22-1. 모르면 그냥 있어라, 세상이 다시 보인다
동작을 통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나름대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적인 골격을 유지한 채, 그때 상황마다 반응을 보아가며 프로그램을 진행시키는 일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가 아니면 힘든 일일 것이다. 동작마다 느낌과 질문과 답이 동작으로 말로 소리로 표정으로 이어졌다.
자, 함께 도세요!
손북을 두드리는 진행자의 소리가 북소리만큼 커진다.
탕!
손북 소리와 함께 동작이 멈춘다. 가지각색의 동작이다. 이렇게 반복되길 수차례.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는지 동작들이 날쌔고 목소리도 흥분되어 있다.
자, 이번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동동동동- 탕!
일순간 동작이 멈췄다.
진행자가 묻는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동작이었죠?
컴퓨터 게임요!
아이스크림 먹는 거요!
잠자는 거요!
엄마 손 잡고 뛰어다니는 거요!
책 읽고 있었어요!
자, 이번에 앞에 있는 사람, 똥침!
퉁퉁퉁퉁- 퉁!
그랬다. 만난지 불과 하루 밖에 되지 않은 사람에게 똥침이라니!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인생이 연극이라지만, 살아가면서 허락된 단 한번 무대, 그 얼마나 영광스런 것이냐!
이렇듯, 쉽게 무엇인가 할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이란 무척 짧다.
아, 짧은 인생이다!
여러분, 이제 ‘사랑해!’는 어떤 동작으로 표시하죠?
둥둥둥둥- 탕!
눕는 아이.
구부린 아이.
얼굴 내민 아이.
으으으. 싫어!
난 몰라!
팔을 벌리지도 못하겠어!
다리를 더 들어야 하는 거야, 몰라!
으으으, 그래 모르면, 그래 가만있어.
가만있으면 세상이 보이는 거야.
어떻게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말이야!
으으으!
22-2. 어떤 화도 나를 용서하면 풀린다
자, 계속 연속 몸짓으로 만들어 보세요.
눈 오는 모습!
태풍 치는 모습!
미안해하는 모습!
서먹서먹하다가, 얼굴 빨개지는 동작!
다리 아파!
피 나네!
약 올려봐!
내 뺨에 뽀뽀해봐!
서로 동작들이 얽힌다. 서로 묶이다가, 서로 넘어뜨리다가, 함께 쓰러지는 아이들.
여러분, 7시엔 뭐하고 있는지 동작을 해봐요!
둥둥둥둥 탕!
저녁 9시!
이번엔 점심시간!
자신의 일상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아, 그래 그땐 이거 하고 있었지!
스스로 느끼는 학생들 표정이 자뭇 진지하다.
아, 내가 이렇구나!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 눈과 입과 손에서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진행자가 물었다.
뭐하는 거죠?
화나요. 저는 점심시간이 없어요.
응, 그렇구나. 배고프겠다!
예, 그래서 다른 사람들 구경해요. 배고픈 화가 풀릴 때까지 사람들 하는 거 봐요. 왜 제가 없앤 시간을 생각나게 하죠?
으응, 그랬구나. 미안해.
화나요. 선생님에게 화나는 게 아니라, 제 자신에게 화나요. 이런 말을 왜 했는지 화나요. 그렇지만, 이렇게 화난 것을 확인하니까. 다음부터는 화내는 걸 덜 화낼까 봐요. 화내고 보니까, 달라지는 거가 없거든요. 그래서, 화내는 것 대신 글 쓰는 거라든가 뛴다든지 뭐 일을 한다든지 그래야겠어요.
응, 그래. 좋은 생각이로구나. 좋았어!
자, 이번엔 가장 즐거웠을 때, 동작!
둥둥둥둥 탕!
지금 어떤 때 동작인가요?
예, 엄마하고 있던 때를 생각하는 거예요.
자, 이번엔 가장 외로울 때, 동작!
이번엔 가장 슬플 때, 동작!
동작은 동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물었다. 그 동작을 지금 해보니 싫은지 어떤지, 싫으면 싫은대로 잊기를. 다른 사람도 같은 동작을 하고 있으니, 나만의 슬픔이나 기쁨만은 아니니, 마음에 걸리는 동작들은 잊기를!
22-3. 나를 그냥 보일 수록 더 즐겁다
이번에는 동작으로 만든 상황연출 맞추기 놀이다.
다섯 여섯 명이 모둠을 이뤘다.
둥둥동동 탕!
진행자가 고개를 꺄우뚱 했다.
응? 무엇일까?
그거 햄버거! 아니.
그럼 놀이터! 아니.
물놀이! 아니
비빔밥?
크크크 맞아!!!
그렇게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나타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자기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나타내는 일이 곧 즐겁게 사는 일이야. 잘 생각해 봐. 그렇지 않은 것이 있나. 없지! 아무렴 없어. 남김없이 그대로 보이는 일이 얼마나 즐거워지는 일인데!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