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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Feb 01. 2022

전철에서 만난 콩쥐 8

하얗게 뺨 감싼 두 손에 흐르는 눈물 그대

태어난 곳이고 가야할 곳이라며 땅을 보시는가 그대

그대여

멋지게 기다리는 것에 대해

그래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에 대해 말하고 싶어 그대

멋들어지게 기다릴 수 있기란 멋지게 사는 것과 같은 것

나만 기다릴 수 있었던 것 나의 것을. 

눈을 껌뻑이시는가 그대

둘…

셋, 넷

다섯…

기다림과 전철 바닥 발자국들

자국 없는 발소리들

기다림

그러나 무엇에 대한 두려움일까

옆에 선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말인 듯

그대여 보이시는가

그대 눈물만큼이나 늘어져 있는 것을. 

무엇을 기다려 생긴 것일까

누구를 보고 싶어 생긴 것일까

어느 때 어느 곳을 빌려 말해두어야 할지.

움직거릴 때마다 모르겠어

안에서 스믈스믈 나오려는 것

그 뉘 두려움인지 내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럴지도 맞아 그럴지도 몰라

지금 무엇이든 대꾸해야 하는 일

언제나 준비해 두어야 하는 두려움

그대 눈빛 사이 두려움일지도 몰라.


사람이 지나다니는 것

그대여 보이시나 보고 계시나

아름다움

몇 번이고 바뀌고 있어 아름다운 그것.

그것들을 지나치고 있어

아니 그것들이 지나치고 있어

후훗, 그래서 이런 말을 되풀이 하지

내 손금 내 것인 양 다시 확인하려 하지.

이제 다시 말하려 하느니

호홋, 하필

지금 그대를 볼 적 하필

나의 그대 지금이 두려운 것일까

그대의 내 지금이 두려운 것일까

원컨대 그것은 슬픈 조각 연속이 아니기를.


언제나 그러하듯 고개를 기웃 뉘이고 세상 보는 맛.

그대여 쉽게 말하지 마라

그렇게 그대의 아름다움은 변하고 있으니

또한 그렇게 ‘나는 아니야’ 하고 큰 소리 치지 마라.

하나의 의미를 세우면서 다른 모습에 기우뚱 몸을 기대는 사람이여

쑥스럽게 엉덩이를 내미는 그대여

그래 그래 오늘 부끄러움이 무언지 알겠거니

배고픈 것을 그렇다고

앉고 싶은 것을 그렇다고

걷고 싶은 곳이 저 곳이라며 그렇다고

그래 눈물 없이 오허라 그렇다고 말 못하는 것이러니.


그대여

뉘엿 지나가는 눈초리에 코와 입술과 그대의 남은 사랑을 주지 말 것

흐트러진 모습을 원하는 사람에게 보이지 말 것

내가 보고 싶은 나의 사람 눈에 심어진 사랑을 깨뜨리지 말 것

또한 사랑에 누가 이기고 짐에 입술 모양을 따지지 않는 것

몸이 그대를 향해 기울여져 있다 해서 이것이 사랑이다 말하지 말 것

얼마큼 나의 것이라 말해도 저만치 보이느니

그대 마음은 내 펼친 손뼘 만큼 크진 않더라고.


그대여

나를 가진 날처럼 눈 깜빡하는 순간

눈물 흘러가는 이내 뺨에게 그대의 못남을 고백하지 말 것.

오, 그래 지금 무엇을 노려보고 있느냐

우리가 우리가 아름다움과 사랑을 말하고 있느냐

팔짱과 턱굄에 돌이거나 바람도 싫증내어 긴 숨을 쉬는데

아하, 작은 아픔에 손가락을 펴느냐 코를 벌름거리느냐 지금은. 

그대여

이렇게 아는 사람 모두는 서로 닮아가기를 원하고 있네.

모두 코가 똑바르면

그대로 입이 알맞게 도톰하면

그래도 하나를 아는 것 같으면 또 그대로

그렇게 귀와 눈과 몸과 마음을 두루 손 높이 들어 세웠더라. 

이렇게 아는 사람 모두 그랬어

이것도 살아 있는 자의 울부짖음이라며. 

언제나 맛을 잊지 말라며 그 맛을 주려는 눈 깜빡임이 있었네.

아하, 그것을 오늘의 사랑이라고 하면 안돼.

내가 좋다고 나의 것을 다 내어주면 안돼.

우리 이제 사랑이란 얼굴 스치는 손끝 바람이라 해야 할 것이지.

그대 믿겠어?

사람에겐 이미 태어나는 순간 짝을 선택해야할 의무가 있는 듯

이것은 살폿 스쳐야 하는 그대의 눈 끝 닮아가는 듯

아무리 닦아도 사랑은 깨끗한 때 같이 끼는 거라 우기는 듯

마치 우리는 누가 무엇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보고 웃고 싫고 하네.


지금도 물리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름다움을 보고 왜 그러느냐는 말에 대한 실망이야.

알겠어, 그것은 우리가 서로 다르게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눈에 안 보이게 크게 크게 적어 놓았는지 몰라.

그 이유가 침맛과 숨맛과 피맛이 어우러진

우리네 머리카락 끝 사랑이라고 말이야.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나와 그리고 모든 것에 이어진 끈이라고 말이야.

두리번거리다 꽉 움켜쥔 구름의 테두리라고 말이야.

그래 그대,

그래, 울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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