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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Jan 29. 2022

전철에서 만난 콩쥐 5

내 옆자리까지 발걸음을 세고 왔던 것이 분명했다. 

그런 다음, 걸음과 걸음 길이를 더하고 있었으리라 순간마다. 

힐끗 옆자리를 보았다. 

처음 보았을 콩쥐 무릎이 희드라니 눈부셨다.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손톱 한 조각 떼어낸 듯. 


그래, 아픈 것들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할 때는 

밖에서 직접 떼어내는 방법이 좋지. 

잘 봐. 뭐 더 떼어낼 것이 없는지 말이야. 


입술을 빨갛게 칠한 그녀의 오른쪽 바로 위에 점이 보일락 했다. 

무슨 불만이 저리 많을꼬. 

얼굴에 그린 그림조차 보기 싫은데.    

  

아, 이 그림이요? 

그렇게 나를 , 흥,  

사람들이 당신처럼 자세히 보는 것이 싫어서 그래요. 

그러니까 보지 말라고 억지 투정을 만들어 가는 거예요.   

   

손톱과 손톱을 서로 문지르며 

눈 껌뻑거리는 틈 사이 눈꼽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신문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게 좋아. 

손이 보였다. 

예쁜 손이다. 

얼굴을 보지말고 손만 볼걸 그랬나 보다. 

사람이 사람을 본다는 것은 바로 얼굴을 보고하는 말이야.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 

그러니 얼굴을 보고 먼저 미워하고 사랑하고 그러지.    

  

그럼 잘 알겠군요. 

얼굴 가득 내 색깔이 아닌 것들을 마음대로 바른 이유를. 

그건 여자면 거의 그래요.      


얼굴을 보는 일은 거기서 끝났다.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인 사람을 보고 뭐라고 하면, 

서로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졸고 있던, 아니면 인사를 하든. 

거기다 눈을 조금 감고 있으면 

무슨 감정이 검게 물들어 가고 있는지 어찌 알 것인가 말이다. 

가끔 턱에 손을 받혀 사람의 시선을 멀리 하고 

한 쪽을 쳐다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걸치고 먹고 가지고 있는 것들이 

서로가 가진 자랑거리를 하나씩 만들어 가려는 

한낱 몸짓에 지나지 않은 것은 또한 아닐까. 


이제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닮으려는 또 다른 그녀가 있었다. 

미워하고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가려진 곳에서 작게 그러나 마지막까지 

제 빛을 발하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미워한다는 것과 사랑한다는 것은 모두 아름다운 거야. 

그러니, 아름다운 것은 살짝 가려야 하는 것이지. 

살짝 보이고 살짝 사라지는 것. 

그것이 좋아. 

그리고 사라진 것을 위해 돌아다본다는 것이 

얼마나 쓸모 없는 일인지, 그 믿음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거야. 

알고 있던 사람을 오래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보다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선 말이지.      


그녀가 밖으로 나갔다. 

이미 존재하지 않았던 하나의 환상이었으면 좋겠다. 

부디 웃는 연습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약속을 했다. 

우선 내가 먼저 웃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것은 살아가는데 즐거움을 

하나씩 다르게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라는 약속이었다. 

나에게도 다른 즐거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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