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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Jan 29. 2022

전철에서 만난 콩쥐 6

하늘곁 가느다란 바람따라 홀홀 내려앉은 그녀는

가을구름을 입지 않고 있었다.

하얀 바람결 사이,

슬며시 가까이 보노라면

어제 꿈처럼 색깔을 잊어버린 희끄스레 코스모스였다.

어디를 보고 있을까.

발은 그대로 포개고 있을까.

숨을 나보다 더 천천히 쉬고 있을까.

아, 어쩌지. 

조금씩 가까워 오는 냄새가 코 다음 눈을 앗아갔다.

내 가슴 보고 찌프린 하늘가 구름,

그 끝을 꼭 잡아 매달리고 싶어 흔드는 손놀림이 어설프다. 


살아있다는 느낌은

그대가 만든 그릇에 담아둔 시간을 보는 거예요.

그릇을 조금 기울여 보고,

또 다른 시간이 묻어있는

땅 속이거나 땅 위를 스르르 만져보는 거예요.

또 그릇을 살짝 넓혀보고

얼마큼 늘었는지 손뼘 손뼘 재어보는 거예요.

그리고 혼자 있을 때,

혹시나 어느 한 쪽이 줄어들었나

일기에 편지에 적어보는 거예요.

손놀림이 서툰 것을 알면?

훌훌 바람에 묻혀보는 거예요. 


입술 깨무는 연습에 지친 전철 안.

아무리 연습해도 아프지는 않고 피만 나오는 시간. 
 

아, 그렇군요. 더 연습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죠?

지금 알았던 사람 사랑이

마구 채이는 돌멩이 사랑보다

맛있다고 자랑할 수 없듯이.

그러기보다는 차라리

밥을 맛있게 먹을 때와 그 곳이 더 필요하듯이.

밥을 먹더라도

밥을 똑바로 보고 먹지 않을 때가 더 많아져 가는 것처럼. 


사람 사랑을 한다고 말하며 몸에 붙은 사랑만 만지고

터뜨려도 숨소리 크게 내지 못하는 순간,

긴 메아리 끝을 따라 춤추던 그녀의 머리카락들이 어깨로 쓰러졌다. 


코스모스 향기가 어떤 줄 아시나요.

잠깐잠에 맡은 당신 어깨에서 나는 그것이죠.

입술과 코가 더 가까워졌으니,

당신의 코스모스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거 같네요.

이제 널부러져 있는 시간과 다투어

앞을 많이 보아야 한다는 것이 재미없어졌어요. 


오늘도 밥 먹는 손등으로 자꾸 넘어지는 그대,

그대 얼굴 그리운 시간들,

보고 싶은 다툼에

가을하늘 상처들만 이내 손놀림을 보고 있는데... 
그래, 그래.

손등에 바르고 싶은 그대 입김 한 모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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