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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Feb 12. 2022

전철에서 만난 콩쥐 11

맞은편에 앉자마자 얼굴에 분을 바르는 소녀.

손이 유난히 길어 떨렸다.

입술 더 가까이 대는 소녀 머리가

보일 듯 떨리는 손등을 가볍게 지나친다.


이렇게요?

아니, 이렇게요?

입술선 더 넓게요?

몰라요.

거울이 좁아요!


할 일 없을 때,

인간은 먼지처럼 그저 떨어져 땅에 묻히는 것

맞아요?

그 사이 사이 아프지 않기 위해

언제 움직일까 세상을 노려보아야 하는 것

맞아요?

마지막은 결과겠죠

뭐, 답이겠죠

내 답


흥, 결과가 이어지면 그게 과정 아닌가요?

삶의 과정, 아니 삶 자체가 아닌가요?

후훗, 얼굴 매만지는 일요?

지금은 그 과정을

조금 다르게 멋지게 하는 것뿐인걸요.


손짓 눈짓 깜빡여 대답을 한다.

아, 얼마나 더 알고

더 확인하고

더 반복하고

더 잊어야

그녀처럼 떳떳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보다

지금 가지고 다니는 아픈 것들을

얼굴에 분바르듯 보여주며 다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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