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에서 만난 홍길동 1

by 김봉길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검은 실로 짠 윗도리를 입은 청년은

유난히 긴 목을 끝까지 가리고 있었다.

허리 가까이 위 옷이 내려올 듯도 하였지만,

아슬아슬 엉덩이 위를 가리우고 있었다.

그의 바지는

커다란 주머니가 여섯 개 달렸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군대에서 건빵을 넣던 주머니가 허벅지 옆에도 달렸기 때문.


허리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 왜 했을까.

허리띠엔 없어져 버리고 싶다며 마지막으로 쓴

그의 세상 고별사라도 적고 다닌단 말인가.

귀밑머리가 입까지 내려온 그는

머리카락 길이가 모두 고만고만했다.

엄지손톱보다 약간 긴 것들이 조금 더 있을 뿐.

그 만큼 긴 턱이 유난히 뾰쪽해 보였다.

전철 문이 5번 넘게 열리고 닫혔다.

그때마다 천정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눈부셨다.

아, 나를 보지 마라!

나를 편하게 내버려 둬!


휭커니, 그가 무심코 내리며 남긴 말이다.

언뜻 위 옷과 바지 사이로 살짝 팬티가 보였다.

그것 역시 검은 색이었다.

조금만 건들면

곧 터져 버릴 것 같아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모든 것이 검다고 나를 이상하게 보지 마라.

원컨대, 그러지 마라.

우리는 다 검은 곳으로 돌아 갈 뿐이야.

우리의 고향이라구.

잠을 자는 게 그렇구.

또 우는 게 그래.

다 검은 빛이 유난히 펄럭이는 곳이라구.


그럴 것 같았다.

아까 잠깐 잠에 다시 만난 그가

제 목을 꼭 쥐어짜며 간신히 하는 말이었다.


흥, 그러나 내가 내 목을 비틀다 비틀어 깨지만,

사람들은 잠 속에서도 제 목을 감히 잡지도 못하지.

흥, 다름 아닌 하얀 색을 하야스름하다고 하는 정도지.

그가 꿈에서도 또 손을 흔들며 가며 하는 말이었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고 했다.

그러니 삶이 뭐냐는, 뭐 느낌이란 누구에게나 다 있다는 것.

그러니, 그냥 놔 두란 그의 말은

서로 살아짐이란 다른 말이었다.

즐거이 사는 것이 아닌

그저 살아가야 하니 모든게 귀찮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 같았다.


돌아간 청년 옷깃 바람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움직이거나 섰거나 전철 창 밖을 치켜 바라보았다.

검다가 희다가 구겨져 뭉개구름 위에 걸린 청년 눈빛.

번득

먼 나무며 돌

그리고 물들을 흙들을 나의 것인 양 지켜보려 했던 눈빛이었다.

번뜩 슬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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