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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Feb 13. 2022

전철에서 만난 홍길동 3

두꺼운 청자켓 진한 회색 바지 사내가 히쭉거렸다.

허스름 가방을 한 발자국 앞에 두고 

비스듬 앞을 보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유난히 희다. 

전철문 유리창 구름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일에 익숙한 그의 눈이 껌뻑거렸다.

사람들의 눈은 그의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  

    

오래된 때를 닦지 않으려 하는 이유를 아니? 

습관처럼 문지르고 껴안고 다니는 가방 속엔 

누구의 때도 묻지 않은 

나의 냄새, 색깔이며 나만의 흔적이 있단다. 

아무리 나누어 주어도 

더욱 제 색깔과 향기를 내는 나의 것 말이다.     


나는 이것을 그대들에게 모두 줄 수가 있는데, 

그대들은 누구의 것도 아닌 맨 먼저 버릴 것조차 

여기 있소! 라며 선뜻 내밀지 못하는구나. 

그래 이젠,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 좋다. 

타협할수록 그대 얼굴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비닐 슬리퍼를 자랑스레 신은 발가락이 더욱 희다.

이미 전철 앞 구름을 향해 떠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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