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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Feb 13. 2022

전철에서 만난 홍길동 4

핸드폰을 든 그의 눈길에서 하얀 빛이 머뭇거린다.

인사할 듯, 인사한 듯 그의 하얀 빛은 언제나 

하늘에서 나와 땅을 향해 가다가 머뭇거렸다.

안녕이라며 기웃거리는 단어들이 

저 먼저 저요 저 먼저요 은빛 손들을 파닥거렸다.

이별하기 전이거나

다시 만나기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그래요, 우리는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해

또 인사하며 끝내는 거, 맞죠? 

후후, 그러니 언제나 인사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사는 건.

후후.     


그런데 연습할수록 힘들어져요.

물론 나와 인사하는 것이 제일 힘들어요.

기분 좋아?

배불러?

즐거워?

나에게 이런 인사를 했을 때 뭐라고 말해야죠?     


연습할 때마다 그 느낌들을 다 기억하고 싶어.

잘 되지 않지만, 그래도 기억하려는 건 

똑 같은 연습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함이야.

그렇다고 모두 다 다른 인사를 하지는 않아.

매번 똑같은 인사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같은 인사를 하기 위해 연습하고 싶어져.

똑같은 연습을 계속.

우리는 새로워져야 슬프지 않다고 하지만,

글쎄, 인사 연습을 하는 건 

결국 마지막 인사를 나에게 하려는 노력,

지금 세상맛을 멋지게 느끼고 싶은 노력 아니겠어?     


마지막 인사말은 뭐냐구?

그야 뭐 ‘잘 가’ 아니면 ‘잘 자’ 정도겠지.

‘멋진 시간이었어, 지금 즐거워’ 하며

이렇게 지금처럼 인사하는 건지도 모르지.

그래, 지금 마음껏 연습하는 건, 

그때 

어떤 인사를 해도 상관없을 거라는 바람이기도 해.      

즐겁게 보아주세요.

지금 멋대로 입술 움직여 연습하는 거.

지금이 행복하다며.

이런 나를 보는 것도 연습의 하나죠. 

당신도 즐겁겠죠?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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