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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Feb 13. 2022

전철에서 만난 홍길동 6

전철 천정에 매달린 것들. 

그 동근손잡이를 움켜쥐고, 눈을 찌푸리고 입을 다시는 중년 사내.

그의 입술에서 딱딱한 소리가 났다.

앞니가 간지러운가?

하고 싶은 말이 입에서 튕겨져 나오는가 보다.


고개를 슬몃 돌리는 버릇을 쉽게 감출 수 없는 거야.

잘 보라구.

고개를 돌리는 곳에 무엇이 있을까.

아마 새로운 것이 보일 지도 모르는 일.

그러니 입을 굳게 다물고 돌려 보는거야.

맘에 드는 것이 없어 입을 다시는 소리가 딱딱거려.

딱딱거리지 않는다면 뭐 다른 방법이 있을까?

잘 들어 보라고.

고개 돌아가며 나는 내 이빨 소리를.


안경을 고쳐쓰는 사내의 손끝이 저홀로 장난을 논다.

어디를 가리키려고 하는가?

 가리키는 일이 몹시 서툴다.

아니 싫증이 났는가?

웃는 일 우는 일들이 손끝에 올라 춤추고 있는가?

똑같지 않게 움직이려는 사내 손짓이 힘차다.


뭐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손을 흔들고 고개를 기웃거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대로 무슨 일은 하고 있지않느냐 이거야.

매일 반복되는 일은 결국 다른 반복을 낳는다구.

반복에 반복이 반복되는 반복 속에서

아침 나설 때 보았던 나팔꽃을 기억하 건 흥, 신나는 일이란 말시.

사람이란 결국 신나게 사라지려 내 것을 없애가는 거니까 말시.

사내가 주머니 깊이 손을 넣고 발 디딜 곳을 찾으며 말했다.  

   

촘촘이 사라지는 일에 익숙한 사내 뒷머리에서 빙빙 소리가 났다.

이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결과를 낳는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의 뒤를 보는 사람 얼굴이란 같은 색깔로 변해가고 있었다.

검은색이었다.

그것은 빙빙도는 소리를 잊고 사는 사람의 한결같은 현상이었다.

멀리서 들리는 사내 숨소리 따라 웃음 섞인 이빨소리가 들렸다.


그것 봐.

미리미리 머리를 돌리는 연습을 해두는 게 상책이야.

누가 보고 있다고?

뭐 신경 쓸 거 없지.

그야말로 배만 아프다 사라진 사람들 자손이 되기 싫으면 말일세.

잘 보았겠지?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하나가 되어가는 거라구.

그렇네, 고개를 돌려 미리 쳐다볼 곳을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네.

더욱 좋은 것은 천천히 그리고 느끼지 않고 돌리라는 것이지.

그러니까 깨끗이 고개돌리는 버릇이 동그란지 어떤지 보잔 거지.

그 버릇이 우리가 가진 서로 천성을 깔고 앉을 때,

그때 맛있는 웃음을 지으며 우리네 구름을 마음껏 보세나. 


원하는 건 모두 비슷해진다는 말이 반가웠다.

살 수록 비슷해지리란 말이었다.

나이 들수록 하고 싶은 일을 줄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줄어들수록 즐거움이 커진다는 말도, 

또 1000년 지났어도, 뻔한 인지상정의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후후, 늙을수록 힘이 줄고, 

힘이 줄어드는 만큼 욕심도 줄어든다는 말도, 

진부하다며, 

제 구석 옆에서 엎드려 저 자신을 행해 웃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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