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을 옆구리에 매달고 다니는 소년은 유난히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크크크. 태어날 때부터 내가 원하는대로 태어나지는 않았죠. 고개를 더 숙이고 싶죠. 부끄러워서? 천만에요. 무거워요. 세상이 무거워요. 쉽게 눈물이 떨어지죠. 뺨에 흐르지 않고. 아픈 건 팔도 손도 마음도 모두 아니죠. 그냥 세상이 아파서요. 앞을 희망을 다른 세상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지금은 내 땅을 향해 노래 부르기가 좋아요.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맑은 달 아래 곰곰히 생각하니 세상 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도다.'
그렇게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 했다. 희망이 있어야 산다고 했다. 희망이 삶이고 밥이고 사랑이라고 했다. 어떤 희망? 그런 다음, 그 희망 다음은 또 희망? 그리고 다시 또 희망? 아니, 아니다. 희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 한번이 끝이든, 또 다시 똑같이 되풀이 되든. 조건 달리지 않은 단 한 번의 희망 말이다. 나 같은 사람 만나는 희망.
그냥 서로 비슷한 사람끼리 있는 것만으로도 좋죠. 산다는 거 서로 비슷해지려는 거 아닌가요? 행복해지려고요. 사람은 태어날 때 서로 다르게 태어납니다. 다만, 같다면 인간이죠. 그런데 태어나면서 서로 따지죠. 누가 코가 더 예쁜지, 눈이 못생겼는지, 불행해지려고요. 크크크.
좋은 것은 내 것, 나쁜 것은 네 것, 맞죠? 아니면, 좋은 것은 네 것, 나쁜 것도 네 것.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