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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Mar 04. 2021

남편 친구들이 빼앗아 간 신혼생활.. 그 결과는

어른이들의 소꿉놀이.

-부부전쟁 선포!!


사랑해~고마워~ 하던 우리는...


“너만 놀아? 너만 힘들어? ” 하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부부 전쟁이 시작된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   남편 친구들.     


“보미야~배 많이 나왔네? 먹고 싶은 거 없어? 오빠들이 다 사줄게”

“오구 ~우리 첫 조카 탄생이야~진짜 너무 이뻐~ 삼촌들이 용돈 많이 줄게 우리 조카 ~~”     


어릴 적 나의 장래희망은 ‘엄마’였다.  남들은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한다던데...

나는 21살에  꿈을 이뤘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 속 첫 아이의 임신... 속도위반이었다.

양가의 반대에도 남편은 아이를 지켜줬고, 서둘러 혼인신고를 했다.

신랑의 대학생활이 끝나지 않아 타지에서 상상만 하던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드라마를 보면

“아~딸기 먹고 싶다~”는 소리에 새벽에도 딸기를 사다 주던 남자 주인공...? 은 어디 있니??


나는 신혼 생활부터 남편의 친구들과 함께였다.      


“어~ 보미~~ 먹고 싶은 거 없어? 오빠들이 사다 줄까? 찬이가 잘해줘?

속 썩이면 오빠들한테 말해 혼쭐을 내줄게!!”     


‘누가 누구를.... 니들 다 나한테 혼나야 하는 건 알고나 말하는 거니...?’     


부모님 없는 우리 신혼집은 그들의 최고의 놀이방이었다. 어른이들의 놀이방에는 매일 남편 친구들이 놀러 왔다. 띵동? 그런 것도 없다. 누구든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이 활짝 열려있는 기분이었으니까...

처음엔 친구도 없고 심심해서 오빠들과 맛있는 거 먹고 대화하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놀다 시간이 되면 집에 가주면 좋으련만 친구들은 새벽이 돼서야  하나 둘.. 돌아갔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은 매일 놀러 왔고 술 아니면 게임이었다.


미안은 했는지 놀러 오는 이유들이 많았다.      

1. 타지에 있는 내가 심심할까 봐.

2. 재수 씨와 예쁜 조카 맛있는 거 사주려고.

3. 남편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감시하려고?     


이유는 그럴듯했지만, 남편 친구들이 오면 나는 같이 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가만히 누워 있었다.     


점점 육아와 살림에 지쳐갔다.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마음 편히 쉬지도 못했다.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친구들과 떨어져서 독박 육아를 하고 있는데 너는 지금 놀아?’ 이 마음이었다.      


남편 친구들에게 매일 눈치를 줬다. 남편에게도 계속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치가 없던 친구들은 나를 막둥이 동생으로 여겼다. 그래서 였을까?

날 위한다며 매일 맛있는 음식을 사 오며 함께 놀자 했다.      


‘미친 거 아닌가? 매일 같이 놀면 우리 애는 누가 봐주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없는 것들아 너희는 결혼도 못하리다'라는 저주를 퍼붓었다.     


드디어 눈치를 준 게 먹혔나 보다. 친구들의 출입이 점점 줄었다.

출입이 줄어들수록 남편 얼굴도 보기 힘들어졌다.


그 이유는.... 친구들과의 게임......

그렇다!! 집에서 못 노니 밖으로 도는 것이다.

나가면 새벽 5시 ,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자고 일어나면 정해진 의무인 듯

컴퓨터에 앉아 5시간 6시간.... 게임만 하고 있었다.

내가 화를 내면 귀찮다는 듯 피시방으로 향했다.      


난 너무 화가 나서 친구들에게

“아니 오빠들은 왜 우리 오빠를 집에 보낼 생각을 해야지 잡아두는 거예요??”

친구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알지만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 대신  친구들에게 화풀이를 한 것이다.


우리는 매일 같은 문제로 싸웠다. 정말 지겹게도 같은 말만 반복했다.

결국 서로 해서는 안 될 말을 꺼내며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는 점점 약해졌고 우울증이 왔다.

아이는 외롭지 않게 해 주겠다던 나의 의지는 계속 꺾였고.. 나만의 세상 속에 갇혀 어느 것 과도 소통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  경제적 여유.     


우리는 21살 23살 어린 부부였다. 당시 남편은 대학생이었고 졸업을 해야 했다.

양가 부모님에게 용돈과 육아 용품을 지원을 받아가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용돈’ 이 문제가 됐다.      


오빠는 나에게

“보미~너는 집에만 있으니까 돈 많이 안 쓰잖아~ 오빠는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집에 친구들 오면 밥도 사줘야 하니까 너 용돈 그냥 오빠 줘~ 너 필요한 거는 오빠가 사다 줄게”      


이걸 무슨 뜻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복잡했다. 나는 이곳에 아는 사람 없다고.. 돈 쓸 곳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육아만 하는 나에게 ‘넌 할 일도 없다’ 고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생각이 복잡했다.      


“아니 오빠는 아빠야, 아빠가 와이프랑 애는 안 보고 친구들이랑만 놀면 돼? 그럴 거면 왜 나랑 결혼했고 왜 애 낳자고 했어? 이럴 거면 너 혼자 살지 뭐 하러 날 붙잡아서 이렇게 힘들게 해?"


둘은 서로 자기의 입장만 내 세우며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부부전쟁 종결 협상 완료!!     


결국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시부모님께서 서울로 집을 옮겨 주셨다. 며느리가 친정엄마 곁에 있어야 마음이 편안하실 것 같다며 나를 배려해 주신 것이다.


서울에서 새로 시작된 우리 부부. 나는 숨통이 트였다. 그러곤 속으로


' 나한테 했던 거 다 되갚아 주리다 ' 다짐했다.      


남편은 서울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타지에서 점점 외로워했다. 나는 아주 꼬스웠다.


‘내가 느꼈던 거 너도 느껴봐라’ 복수를 선택했다.

퇴근 후 집에 온 남편의 밥을 상에 차려두고 나는 아이와 방으로 들어갔다. 남편 혼자 밥을 먹게 하기 위해 서였다.      

밥을 다 먹고 방에 들어온 남편 말을 걸었다.


" 오늘 회사에서 너무 힘들었는데 말할 곳도 없네.. 집에서 맥주라도 한잔 하고 싶은데, 준비해 줄 수 있어?"     


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 너만 힘들었나 봐? 나도 애기 보고 집안일하느라 힘든데 그럼 오빠 날 위해 뭘 준비해줄 건데?"    


나는 매일 유치했지만 남편 힘든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하리다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싸우기는커녕 대화도 없이 지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부모의 모습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한 발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참다가 폭발을 했다.     

나는 참다 폭발한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사건은 터졌다. 이혼이었다.

어렵고도 쉽다고 말하는 이혼을 준비를 하게 된 것이다. 서류를 준비하고 이혼 사유를 써 내려갔다.     


참 이상했다.

남편과 연애할 때 주말만 기다리며 설레던 나는 어디 갔을까?

아이들을 외롭게 하지 않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겠다 다짐했던 나는 어디 갔을까?


그때부터 마음이 복잡했다. 지나온 시간을 되새겼다.      


돌이켜 보니 어린 남편과  별것도 아닌 일들이었다. 그 나이 또래는 다 친구들 좋아하고 게임 좋아하고 돈 쓰고 싶어 하는 나이였다. 나도 아이가 없었고, 친구들과 함께였다면 그러고 놀았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남편은 이왕 이혼하는 거 부부상담 한번 받아 보자며 운을 뗐다. 나도 상담받아보는 것에 동의를 했고 우리는 부부 상담을 받게 되었다. 12번의 상담. 참 서로 이기적이었다. 한발 물러서서 서로의 상황을 바라봤다면 조금씩은 이해를 해줬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 후회해도 바꿀 수 없다. 그냥 너와 나의 허무했던 4년의 시간 소꿉놀이 행연습으로 기억해 두기로 했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너무나 즐거운 어른이 둘의 시트콤 같은 소꿉놀이가 진행 중이다.


" 자기야, 우리가 지금은 사랑에 빠져서 잘 맞는 것 같지만, 결혼을 한다면 우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많이 다를 거야. 하지만 다르다는 게 틀렸다는 뜻은 아니니까 노력하며 살자."

'인간은 다르고 다른 것을 맞추어 가는 것' 이 사랑이다.

                                        ‘달콤 살벌한 연애상담소’의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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