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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Mar 09. 2021

저 아이 낳으려고 온 겁니다.

어린 임신부가 산부인과에 갔더니.


어느 날 삼신할머니가

우리에게 어여쁜 천사를 안겨주셨다.


장거리 연애 끝. 우리는 어린 부모가 되었다.                                                                                                                                                                                                     


어느 주말 먹은 것도 없 속이 좋지 않았다.

남편에게 소화제를 사다 달라 부탁을 했다.


남편은

“ 너 그 날이 지난 거 같아 ”

“ 응? 그런가? ”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남편이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하나 사와 내 손에 쥐어 주었다.


“ 겁내지 말고 한번 해봐. 설마 임신이겠어? ”

‘ 그래 설마... ’


화장실 문을 잠그고 테스트기 반응을 살피고 있는데.... 한 줄.... 어라? 두줄이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다시 설명서를 읽어 봤다. 한 줄은 음성. 두줄은 양성입니다.


" 오빠 나 임신인가바. 어떡해? " 우린 잠시 고민에 잠겼다.

" 기다려봐, 뚜루루루루루 여보세요 아버지 할 말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제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한 거 같아요.

(건너 전화에서는 이런저런 욕들이..)

부모님이 반대하셔도 저는 보미랑 이 아이 낳을 겁니다. "


남편은 고민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일방적인 소식을 전해드렸다. 나는 전화가 너무 무서워 문자로 부모님에 임신 사실을 알렸다.


부모님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연한 일이었다.


“너희는 너무 어려” “아직 부모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둘 다 인생 망치치 말고 이쯤에서 그만해”


모진 소리 다 들었지만 남편이 꼭 잡아 준 손이 큰 힘이 되었다. 부모님 가슴에 못 박는 거 같아 죄송했지만...

우리는 서로 흔들리지 않았다.

남편이 나와 아이를 선택해 줬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양가 부모님의 반대는 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축복으로 변해갔다.


21살 어린 임신부로 산부인과에 첫 검진을 갔다.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 어린아이 같은 말투.

" 검진하러 왔습니다. "

" 어디가 안 좋아서 오셨나요? "

" 제가 임신을 해서요 검사받으려고요. "

" 아 잠시만 앉아 계시면 불러드릴게요 "


" 보미 환자분 진료실로 들어가세요 "


환자 나이를 물었다. 당당히 21살이라 이야기했다.

의사는 초음파를 확인하시 " 임신 7주입니다."

" 보호자분 같이 오셨나요? "

" 네 밖에 보호자와 있어요. "

" 그럼 보호자와 상의 후 예약하시면 됩니다."


다음 검진을 말하시는 건가? 나는 되물었다.

병원에서 날짜 잡아 주시는 거 아닌가요?


의사는 편하신 날로 잡으란다. 아이가 커지면 수술이 힘들어진다며....


아니 선생님!! 저 이 아이 낳으려고 왔습니다.

너무나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의사의 말을 더 듣지 않고 밖으로 나와서 남편에게 나 다른 병원 갈 거야! 하며 씩씩거렸다.


간호사분이 오셔서 죄송하다 하셨지만 나는 화가 나서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병원을 나왔다.


21살에 임신 누가 봐도 빠른 나이다. 안다. 그렇다고...

아이의 건강을 보러 갔는데.... 날을 잡으라니

아이를 낳을 거라는 말 말고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병원이 아닌 밖에서도 많은 눈들이 날 향했다.

어딜 가든 내 나이가 궁금했나 보다.

10달 동안 ' 21살입니다. ' 이 말을 참 많이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젊은 나이여서 그랬는지 아이는 아주 건강하게 자라줬다.

입덧도 없었고 체력이 넘쳐나 힘든 것도 하나 없었다.

감사할 정도로 진통도 굵고 짧게 끝났고,

아이도 수월하게 세상 밖으로 나와줬다.

첫째 공주님은 건강하게 태어났다.

진한 쌍꺼풀. 오뚝한 콧날. 예쁜 입술..

신생아실 얼짱이었다.


모르는 것도 실수도 많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항상 날 보며 웃어 줬다.

첫 아이를 키우다 보니 혼자는 외로워 보였다.

동생을 낳아줘야겠다 생각하며 임신 계획을 세웠다.


2년이 흘렀다. 둘째의 임신.

부모님과 병원에 갔다. 지방에 살다 서울로 이사를 왔기에

새로운 산부인과에 가게 됐다.


진료 접수를 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환자분 나이를 물었다. 23살입니다.

"임신 7주입니다. 보호자분 같이 오셨나요? 같이 오셨으면 오늘 예약 잡으셔도 되고 전화로 예약 잡으셔도 됩니다."


데자뷔 인가?



데자뷔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 프랑스어로 '이미 보았다'는 의미로서 영어로는 already seen에 해당한다.            

처음 가본 곳인데 이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느끼거나 처음 하는 일을 전에 똑같은 일을 한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대부분 꿈속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데자뷔 현상이라고 한다.    

                                                                                                                                 네이버 사전.         


비록 데자뷔의 뜻과는  다르지만 2년 전 기억이 사진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 데자뷔 같은 느낌을 받았다.


둘째 임신은 23살. 그래 어리다 안다.

모든 병원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그런 병원을

잘 찾는 거 같다.


나는 아주 당당하게 다시 이야기했다.


"저 이 아이 낳으러 왔습니다. 

 그리고 2살짜리 첫째 아이도 있어요"


어린 나이에 임신은 많은 시선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선입견일까? 아니면 내가 동안이었을까?

그래 내가 아주 동안이기에 많은 분들이 나이를 궁금해했다고 생각하려 한다.




어느 날... 둘째 임신 중 철분이 부족했다. 산부인과 병실에 누워 철분주사를 맞고 있었다.

누군가 내 옆을 지나갔던 걸까? 같은 병실 옆에 계시는 분이었을까? 잘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분이 내게로 오셔서

" 아이고 아직 어린데 몸조리 잘해야 해요. 애 낳는 거랑    같다고 생각해야 해요 "


"아니 아주머니.. 저 철분주사 맞는 거예요. 

 그리고 저 이 아이 둘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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