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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Mar 05. 2021

연애 vs 결혼 갭 차이가 큰 내 남자

장거리 연애 힘들어서 결혼했더니

                                                                                                                                                                                                                  

장거리 연애 스타트


'이 남자 너무 귀여워 내 스타일이야....'

"오빠 저랑 술 한잔 할까요?"


20살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던 시기 친구를 따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한, 두 달 의미 없이 일을 하던 어느 날, 친한 언니가 자신의 할머니 댁에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했다.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나에게 여행은 솔깃한 제안이었다.  모아둔 돈, 여행 가방을 챙겼다.

살면서 혼자 여행은 처음이었다. 고속버스도 처음 타보는 것이라  모든 게 다 신기했다.

서울에서 그곳까지 5시간을 달려갔다.


왠지 모를 불안과 설렘을 안고 도착.

공기도 길거리도... 사람들도 정말 어디 먼 곳으로

여행을 온 듯했다.


언니네 할머니 댁에 짐을 풀고 술 한잔을 먹으러 나가게 되었다. 셀렘 장착하고 언니 따라 시내로 나섰다.


따라가다 보니 웬 남정네 무리들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언니 어디가? 저 사람들 누군데 그쪽으로 가는 거야” 

“응 언니 남자 친구야, 소개 안 해줬지? 여기는 나랑 친한 동생이야~귀엽지?”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술을 한 잔 두 잔 먹고 있을 때였다.

나의 레이더 망에  회색 운동복 입은 남자 포착!!

‘우와 귀엽다, 누굴까 언니 친굴까?’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술이 여러 잔... 어느새 그 남자 앞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오빠 같이 술 마셔요” 술이 들어가서 인지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 오빠는 내성적인 성격인 듯하다. 내가 말을 시켜도 별말이 없다. 뻘쭘하던 그때 언니가 다가왔다.


“야~애 내가 아끼는 동생인데 귀엽지? 소개해줄까? 동생은 너 맘에 든데~”


아니 이 언니 왜 이래?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론 내 맘을 전해줘서 고마웠다.

고마움도 잠시 대화는 몇 마디 나눠보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아른아른 그 오빠가 생각이 났다. 에잇!! 어차피 3일 뒤에 서울로 가야 하는데 잊자 잊어. 서울에서 이 곳.. 언제 연애하고 언제 만나나 싶었다. 게다가 그 오빠는 연애해준다고 말한 적도 없다.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있는 날 보니 웃음이 났다.  


다음날 언니와 시내도 구경하고 맛집도 다니고 바다도 보러 갔다.

나의 첫 여행, 너무 즐거웠다.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한 채 서울 올라가기 하루 전날이 되었다.

할머니 댁에서 빈 둥 거리고 있을 때였다. 언니 핸드폰으로 '띠링'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ㅇㅇ아~서울 올라갔어?” 

“아니 왜?”

“응 그 동생은 서울 올라갔고?”

“아니 같이 있는데 왜?  내일 서울 올라가”

“아 그래? 그럼 내가 오늘 한잔 사줄게 동생이랑 같이 나와”


두근두근.... 또 혼자... 김칫국부터 마셨다. 한껏 꾸미고 술집에 도착했다. 언니 남자 친구도 있었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자리이어졌다. 속으로 ‘에잇 기대했는데 별거 없어’ 하며 허한 속을 술로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슬금슬금 누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 오빠다.


“서울 가면 연락하고 지내자” 


나는 망설임은 1도 없이 “네~좋아요” 바로 대답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서울로 올라갔다.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으며 점점 가까워졌고 연인으로 발전했다.

주말이 되면 서울에서 그곳. 그곳에서 서울을 오가며 설레는 마음으로 인연을 이어 갔다.

장거리 연애는 쉬운 것이 아니라 들었지만, 잠시 너를 볼 수 있는 주말이 나에겐 설렘이었다.




이 남자 항상 나를 먼저 배려했다. 추우면 겉옷을 벗어주고, 배고프면 요리를 해줬다. 밤 길을 무서워하는 날 걱정해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도 해줬다. 따뜻함과 사랑을 주는 남자였다. 그 다정함에 주말은 1시간이 1초 같았다.

헤어질 때마다 이 남자 참 다정하다. 이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하겠다 생각했다.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이다.

                                         -카렌 선드-



천국이 사랑과 비례하다면 그곳은 달콤하고 행복하며 따뜻함이 있는 곳이구나.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는 나의 소원 누군가 들었나 보다. 그 남자와 나 사이에 축복받을 천사가 내려왔다..




장거리 연애 끝. 결혼한 내 남자.


사랑스럽고 다정했던 그 남자는...... 없다. 어디 갔을까? 그 남자......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말 하신 분은 아마...

뼈저리게 느꼈기에 그 말을 뱉으신 듯하다. 그분께 먼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맞다. 사랑을 주던 그 남자는 가고, '없음' 을 주는 

내 남자만 있다.


"오빠 추워"

연애= "많이 추워? 옷이 춥겠네.. 기다려봐 오빠 옷 벗어줄게"

결혼= "그러니까 누가 옷을.. 아우 진짜 춥다 야 빨리 가자"


"오빠 배고파"

연애= "배고파? 뭐해줄까 김치볶음밥 해줄게 기다리고 있어 봐~

결혼= "밥 차려 먹어, 차릴 거면 내 라면도 좀 부탁해."


"오빠 나 반지 사고 싶어"

연애= "티브이 위에 리모컨 좀 부탁해. 거기 상자에 있는 거 클 것도 같고..(반지)"

결혼= "돈이 어딨어 반지 그런 거 다 쓸 때 없는 거야"


"밤이라 슈퍼 가기 무서워"

연애= "밤에 혼자 다니면 위험해. 오빠랑 같이 가."

결혼= "남들이 널 보면 더 무서워해 걱정 마."


연애 vs 결혼 갭 차이가 큰 내 남자 

이유가 뭘까요?


장거리 연애 때는 자주 만나지 못해 많은 것을 보지 못한 것일까?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안보였던 것일까?


그럼 나는 안 변했을까?

나도 변했다.

그 남자 바라기였던 그 여자 나도 안 해!!  차도녀야!

어디 한번 당해봐!! 였다.

많은 걸 겪고 우리는 서로의 성향을 존중하기로 했지만, 결혼하고 5년은 생각하기도 싫은 힘든 시기.




                              결혼이란 어떠한 나침반이

                                향로를 발견한 적이 없던

                                      거친 바다와 같다.

                                             -하이네-




이젠 그 남자나의 스토리에서 만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은 가보지 않은 거친 바닷길을 지나며 잔잔한 바닷길을

찾아가는 우리. 현실 남매같이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챙기는 우리. 사춘기에서 멈춰 버린 우리.


그 남자를 대신해 내 남자와 나의 시트콤 같은 재미있는 스토리만 남아 있다.




" 오빠 연애할 땐 나만 이쁘다 하고 그렇게 잘해주더니

결혼하고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가 있어?  이래서 연애 때 속지 말라는 말이 생기는 거야!!"


" 그렇구나.... 오빠도 오빠만 좋다고 헤헤거린던 아이는 어디 가고 으른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애로 변해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너는 어떡해 생각하니?"


오빠.. 나는 모르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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