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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Mar 02. 2021

나는 '운을 읽는 점술가'

당신의 운을 읽어 드립니다.

저 내일 이혼합니다. 남편이 법정에 나올지 타로로 뽑아주세요.”          


남편분은 나오실 거 같습니다. 담담하게 말씀하시지만 선생님 마음의 상처가 아파 보이시네요.”          


. 바람피운 거 다 참으며 결혼생활 지켜왔는데 이제는 그 여자와 함께 하고 싶답니다. 이혼하고 평생 저주를 퍼부어가면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러나 저주를 퍼붓는 것은 그 둘에게 선생님의 몸과 영혼을 바치는 일입니다. 악한 마음으로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한 그들은 분명 생각지 못한 어딘가에서 벌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선생님은 모지리 남자를 모지리 여자에게 보내시고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 계획표를 짜 보시는 건 어떨까요? 슬픔이 가득한 우물 안에서 벗어나신다면 아주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실 거 같습니다.”          


말이야 쉽지....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나는 20대에 점술가가 되었다. 점술가가 되기 전 나는 그녀처럼 남편에게 저주를 퍼붓던 아내였다. 정말 말이 쉽지 나를 구속하려는 그를 이해하고 내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타로 상담사로 사람들의 운을 읽어주며 나는 그들의 인생을 통해 깨달음과 교훈을 얻었고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상담하면 내가 얻는 깨달음도 많았지만 나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어쩌다 점술가가 되었는지', '아이 엄마가  점술가가 되었는지' 말이다.     


 질문에 답을 하려면 엄마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에 나는 옅은 미소로 대답을 미루곤 했다. 오늘은 미뤄 왔던 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보려 한다.                           




점술가가 된 엄마     


몇년 전 아빠가 갑자기 쓰러 119에 실려 가시고, 회복이 어렵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수술 후 아빠는 고비를 넘기셨지만 집안 사정은 180도로 변했다. 늘어나는 병원비로 고민하던 때 아빠는 자신이 진 빚을 털어놓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엄마는 아빠의 사업과 엄마가 하던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정리하셨다. 사고 친 빚은 갚았지만 생계를 유지하던 엄마의 일이 없어지니 먹고 살 일이 막막해졌다. 어느 날 역학을 하시는 부모님 지인분이 병문안을 오셨다.


“지수 엄마, 남편 강한 사람이니 금방 이겨낼 거야.”     


“그럼요, 애들 아빠 금방 일어날 거예요. 그런데 아빠가 일을 못하니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게 고민이네요     


남편 간호하느라 어디 나갈 수나 있겠어? 그러지 말고 다시 역학 시작해봐. 집에서 상담하면서 간호도 할 수 있잖아.”          


선택도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엄마는 낮에는 아빠 병간호하며 밤에는 부족한 공부를 채워갔다. 건강이 호전된 아빠는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아빠의 건강 살피면서 집에서 상담을 이어 갔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엄마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의사의 말과는 달리 예전보다 더 건강해지셨고 다시 일을 하고 계신다.          


어느 날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지수야, 내가  어려운 일들을 많이 겪었을까  운을 들여다봤어. 참 신기하더라, 공부하고 싶던 어린 시절엔 가장이 되어 부모와 동생들을 돌봐야 했고, 21살 어린 나이에 아빠와 결혼하고 나선 여자로서 가장의 무게를 짊어야 했지. 시집살이, 남편의 통제, 스트레스, 우울증.. 엄마는 이 모든 것이 강한 아빠 탓에 내가 고생만 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엄마의 강한 성격, 절대 지지 않으려 하는 고집은 보지 않았던 거야. 아빠가 속 썩인 것도 많지만, 엄마도 아빠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어."     


"진작에 서로의 성향, 장점, 단점을 알았다면 싸울 일도 서로 상처 줄 일도 줄었을 거 같아. 지금이라도 아빠를 이해하면서 바라보니 아빠도 엄마를 더 배려해 주고 있더라.

이제라도 남은 세월 아빠랑 잘 지내면 좋겠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미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가야  길을 위해 마음가짐을 달리하면 무엇이든 변화해 나갈 수 있다. 엄마는 50대에 점술가가 되면서 그 깨달음을 얻으셨다.     


점술가가 된 딸      


힘들게 살아온 엄마를 보며 나는 절대 남편에게 올인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여기도 적용이 될까? 나도 남편에 삶을 맞춰 살고 있었다.     


21살에 시작한 결혼생활독박 육아, 독박 살림, 남편의 속박으로 병들어 갔다. 우울증, 조울증, 무기력증을 이겨내며 두 아이를 카우던 어느 날 갑작스레 찾아온 셋째 소식에 울타리 속에서 참았던 모든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살아서 뭐 하나’ ‘내 인생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의문을 품으며 나는 점점  망가져 갔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때 엄마가 내게 말을 건넸다.

“엄마가 하는 일 너도 공부해봐,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맞아, 내가 이러다간 모든 게 다 망가질 거야’           


그때부터 나는 타로라는 심리 도구와 성명학이라는 이름 속 신비한 비밀, 태어날 때 타고난다는 사주라는 운명학을 배웠다. 공부를 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참으로 신비로웠다. 내 운명에는 학창 시절 공부는 안 하고 말썽을 피우고 지금의 남편과 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늙어가면서 공부에 눈을 뜨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나의 운을 읽고 나서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사주 안에 살아온 길이 담겨있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눈에 보인다면  정해진 길을 바꾸어 갈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생각이 지금 나의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남편과 아이들의 마음과 성향을 더 깊게 들여다보며 이해하려 하니 세상이 더 편안해졌다. 나의 마음은 점점 둥글 변하고 있다.     


정해진 운은 태어날 때뿐이다. 태어날 때의 운은 부모의 가르침을 통해 변할 수 있다. 부모를 떠나 성인이 되어서는 자신의 운을 바꿔가려는 마음이 나의 운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로또? 대박? 그런 최상의 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마음을 알고 스스로 다스릴 줄 아는 힘을 말한다. 당장 변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건강한 마음과 생각은 긍정의 기운을 돌게 하여 좋은 운을 내게로 가져다줄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악한 마음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운을 갉아먹을 뿐이다.   


                



남편에게 저주를 퍼붓던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 저 기억하시나요? 모지리 남자 버리라고 하셨던. 복잡했지만 이혼은 잘 진행이 되었습니다. 예전에 배우던 일로 작은 공방을 차렸어요. 수업도 진행하면서 인생을 다시 찾은 거 같아요. 몸도 마음도 많이 건강해졌어요.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죽고 못 살겠다던 그 둘은 금전 문제로 법정싸움 중이라고 해요. 이제는 서로 원망하는 사이가 되었더라고요.”    


운명학은 정답을 말해주는 해결 답안지가 아니다. 조언과 방향을 얻으려는 마음이 운명학을 대하는 가장 좋은 마음가짐이다. 엄마와 내가 삶의 방향을 다시 찾아 나아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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