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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Jun 29. 2022

화를 내지 않으려 해요. 다름을 받아들이려 해요.


화를 붙들고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던질 작정으로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같다.

그것에 데이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부처]




나는 내가 시작한 모든 일들에 강박증 같은 집착이 생긴다.

그런데 그 집착은 아이들에게 스며들어 갔다.


학창 시절 자유로웠던 나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그런 내 모습은 닮지 말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다.

스스로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집착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아이들이 하는 모든 일에는 관대하게 자유로움은 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공부에 대한 후회가 있어서였을까? 아이들이 해야 하는 공부.. 숙제.. 와 같은 일들에는 강한 예민함을 보이기 시작했다.


틀린 문제는 알 때까지 가르치려 했고, 독서, 문제집 등 펼치는 그 순간 모든 게 완벽하게 끝나지 않으면 쉬는 시간조차 주지 않았던 거 같다. 그때는 사실 잘 몰랐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상처를 주고 있었는지 말이다.




큰 아이는 야무졌다. 그 야무짐이 나는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나는 완벽함도 바랬다. 뭐든 야무지고 완벽하게 마무리짓기를 바란 것이다. 

둘째 아이는 여리다. 난 그 여림이 싫었다. 강해질 수 있도록 아이에게 모진 소리를 많이 했다. 그 여린 마음에 많은 상처를 남긴 것이다.


엄마의 강박과 집착 속에서도 아이들은 잘 따라와 줬다. 아니다 겁에 질려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한 살 두 살 성장해갔다. 그리고 어느 날 큰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가 7살이 되었다.


" 얘들아, 숙제할 시간이야. 숙제랑 문제집 가져와서 자리에 앉아."


둘째는 엄마인 내가 문제집을 풀자고 펼치면 그 작은 손에 연필을 쥐곤 바들바들 떨며 눈물부터 흘렸다. 내가 문제 인지는 몰랐다. 그저 아이가 여리기에 약해 빠졌다고 생각했다...




큰 아이는 그 모습을 더 이상은 보기 힘들었나 보다.. 아니... 그냥 엄마의 집착과 이기적인 강압에 한 번은 맞서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엄마 할 말이 있어, 엄마가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 이제는 못 들어주겠어. 모든 엄마 마음대로 우리를 끌고 가려고 한다면 나는 공부도 안 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될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 수 있게 내버려 둬!!"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이의 말과 함께 내가 그동안 아이들에게 했던 모진 말들이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자유로웠는데... 그게 불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던가? 나는 무엇을 위해 아이들에게 완벽을 바랐던가.. 나는 완벽했던가? 나는 자유를 추구했으면서 아이들에게 왜...."


많은 감정이 교차하며 생각에 잠길 때쯤... 둘째 아들이 용기 내서 건넨 한마디가 나의 마음과 머리를 해머로 내려치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엄마 유치원에서 그랬어요. 때리는 것만이 폭력과 아동학대가 아니래요. 엄마처럼 말로 상처를 주는 것도 폭력이고 아동학대래요."


아.... 나는 폭력을 휘두른 거였다. 그 폭력 속에서 아이들은 학대를 받고 있는 거였다. 

미안했다. 죄스러웠다. 부끄러웠다... 나는 사과를 했다. 사과 말고는 할 말도... 핑계들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을 조용히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느꼈다.


'그래 너도 자유로운 집안에서 잘 컸잖아.. 공부 못했다고 망가진 것도 없잖아. 그리고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잖아. 너 저렇게 착하고 예쁜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정신 똑바로 차려 얘들 아프게 하지 말고..'


그때의 우리 아이들의 용기 있는 말이 저는 바꿔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친구처럼 그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고,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받아들이니 뭐하나 문제 될 게 없더라고요. 집안의 분위기는 밝아졌어요. 아이들의 큰 웃음소리도 매일 들려오네요.


저는 오래전 큰아이의 용기 있는 한마디로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자유로웠던 나의 생각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해요. 그 덕분에 벽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온 세상의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나 그만큼 아름답다. [정용철 좋은 생각]


너희들 마음속 가득 꽃향기가 

피어나도록 노력할게.

그 꽃 하나하나 꺾이지 않게

엄마가 또 노력할게.


지금처럼 우리 항상

웃음 가득한 하루 보내자.


그리고 엄마가 잘못된 길을 걷고 있을 때

너무 늦지 않게 잡아줘서 고마워.


너희들이 내밀어준 손 덕분에

그 길에서 멈출 수 있었어.


이제는 꽃과 나무가 가득한

숲 속의 길로 함께 손잡고 걸어가자.

매일매일이 고마워.





엄마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너는 부족함이 없어. 너를 사랑하고 그 사랑 만큼 아이들에게 나눠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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