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가 되고 싶은 일개미>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 지났다. 연초부터 박사 과정에 진학하기 위해 시험과 면접 공부에 매진했던 1분기는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공부하려고 노력하면서 회사에서도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동시에 회사에서는 좌절과 슬픔의 연속이었다. 승진에 실패하고 후배들이 먼저 승진하면서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학교가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학생으로서의 자아가 직장인으로서의 자아의 힘듦을 버텨내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더 건강한 자아를 위해 2025년에는 어떤 학생이 될지 생각해 보았다.
2025년 새해맞이 공부계획 : 샤이 모범생 되기
나는 중고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잘하기로 유명했다. 공부 외에 다른 적성을 찾아보기에는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접할 기회가 적었기에 내 친구는 책이었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친구가 문제집으로 바뀌었다. 시중에 출판된 문제집을 거의 다 풀어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공부했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모범생이 되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매년 초에 1년 치 학업계획을 세우고 매달, 매주 구체적인 학습진도를 세우는 편이었다. 어릴 때부터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학습 플랜을 세우는 것이 익숙했다. 어린아이가 세우는 것이다 보니 체계적이지는 않았지만 해가 지날수록 계획도 실천도 나아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이러한 습관은 내가 대학을 진학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용했다. 매일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를 해 나갈 수 있었다. 하루하루의 공부량이 쌓여 수능을 잘 볼 수 있었고, 대학에 가서도 이러한 공부 습관을 계속 유지했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처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학업에 집중할 환경도 아니고 경제생활을 하면서 박사 학위에 도전하는 것은 둘 다 절반의 에너지와 열정만을 투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한계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학기를 보내고 나니 2025년에는 어떻게 학업을 지속해 나가야 할지 방향을 세우게 되었다.
논문 작성에 도움이 되는 과목 1개 수강하기 : 대학원 과정은 결국 논문을 제출하고 심사가 완료되어야 졸업을 할 수 있는 구조이다. 학점을 잘 받는 것이 절대적 목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생각과 자료검색을 많이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석사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course work이 결코 논문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짧은 에세이부터 소논문까지 작성하는 과목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2025년에는 이러한 과목들을 선택과목으로 선정하여 수강하기로 했다.
회사 업무에서 논문 주제들을 탐색하기 : 하루 8시간 이상을 회사에 머무르며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것이 상당수 직장인의 삶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기에 일을 하면서 짬을 내어 업무와 관련된 연구, 논문들을 5~10분이라도 검색해 볼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진주를 발견한다면 바로 꿰어서 진주목걸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내 목표는 가장 빠른 시간 내 졸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잘 쪼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대면 출석하기 : 최근 온라인 수강이 늘어나는 추세라서 편리하게 집에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 학기를 보내본 결과 학교에서 교수님과 소통하며 수업을 듣는 것이 더 집중도 잘 되고 집에 갈 때 뿌듯함이 느껴졌다. 여기에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아날로그 세대라는 점을 실감했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가능하면 학교에 출석해서 강의를 들어야겠다.
적극적인 수업 참석과 질문 폭격이라는 모범생의 기준에는 맞지 않을지 모르나 2025년에는 거북이처럼 조금씩 전진하면서 수업을 충실히 수강하고 복습을 통해 시험을 대비하는 한 해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나는 샤이 모범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