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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차 Oct 14. 2024

회를 못 먹는 낚시꾼

김차차의 세 번째 취미 : 낚시


11살쯤이었다, 처음 물고기를 낚아본 나이가.

우연히 엄마, 엄마 친구들(이모들)과 함께 놀러 간 제주도에서 배낚시를 경험했다.

하필 나 빼고 모두 뱃멀미를 하였고, 결국 나랑 가이드 언니 둘이서 낚시를 했다.

낚시에 "ㄴ"자도 몰랐던 나지만 어린 나이에 뭔가 모르게 흥미를 느꼈고 제법 큰 물고기를 잡은 기억이 난다.

엄마와 이모들은 배 지하 침대방에서 배 멀미를 시름시름 앓다가 낚시가 끝날 때쯤 나왔고

우린 내가 잡은 물고기를 들고 근처 횟집으로 갔다.

횟집에서 내가 잡은 물고기로 바로 회를 떠주었고 

엄마와 이모들은 맛있게 먹었고 나는 회를 못 먹어 매운탕만 뒤적였다.

그때 받은 칭찬들 때문이었을까? 낚시는 내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회를 못 먹는 낚시꾼?


나는 회를 못 먹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안 먹는다.

이유는 없고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회의 맛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無맛이랄까?

사람들은 회에서 단 맛이 난다 또는 특유의 쫄깃함, 녹는다 라는 말을 하는데

나는 식감은 무슨 말인지 알겠으나 단맛이라던지 나는 건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낚시는 좋아하기에 가끔 낚시를 가 고기를 잡을 때면 

같이 간 지인들에게 물고기를 선물로 주거나 방생해 주는 편이다.

물론 회 아닌 다른 방식으로 먹을 수 있으나 

여수, 목포에서 잡아 서울까지 가져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조금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번에는 참돔, 도다리를 잡았고 지인에게 선물로 주어 조림으로 맛있게 먹었단 후기를 들었다.

나 대신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울 따름.


먹지도 못하면서 
낚시 그거 왜 하는 건데?


낚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몇 년 전이다.

나는 바다낚시를 특히나 좋아하는데, 운 좋게도 여수와 목포에 같이 낚시를 하는 지인들이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편하게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다.

다들 낚시를 일상처럼 즐겨하는 분들이라 내가 꼭 낚싯대나 장비를 챙겨가지 않아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낚싯대도 빌려주시며 함께 즐기고 있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인들과는 몇 년 전 우연히 낚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오랜만에 낚시 다시 하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날짜를 잡아 여수, 목포로 내려갔고 그때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한 것 같다.


낚시를 왜 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유일하게 생각 정리가 잘 되는 순간이 낚시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원투낚시를 즐겨하는데,

원투낚시란 멀 원(遠) 던질 투(投), 풀어 말하자면 원거리 투척 낚시라는 뜻이다.

캐스팅(던지는 방식) 및 숙련도에 따라 짧게는 50m 길게는 150m까지 멀리 던져 물고기를 잡는다.

낚싯대를 펼쳐서 릴을 끼고 바늘을 엮어 바다에 던져 놓은 후

낚시의자에 앉아 출렁이는 바다를 보며 그간 못 했던 생각정리를 할 때면 기분이 참 좋다.


낚싯대를 펼쳐놓고 즐기는 소소한 담소 또한 내가 낚시를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낚시는 세월을 낚는 거라고 하던데, 나도 이제는 그 말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지루하게만 느껴질 것 같던 3-4시간이 진짜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 있는 걸 보면 알지 않는가?


낚시로 하나 되는 사람들과 나 


저번에 인천 쪽으로 지인들 없이 홀로 낚시를 갔을 때가 있었다.

홀로 가는 건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고 허둥거린 기억이 있는데, 

그때마다 주변 낚시하시는 다른 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평소 같으면 뭔가 서로 할 얘기가 있을까..? 싶은 분들과도 낚시라는 주제 하나로 친해져

미리 만들어놓으신 낚시용품들도 선물로 주시고 왜 낚시를 하게 되었는지 언제부터인지 등등

소소한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주변에 낚시를 하는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낚시는 정말 매너 있는 취미이 중 하나이고 사람들의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취미라고 한다.

그때 또 한 번 느꼈다.

역시 사람은 공통된 주제 하나만 있으면 많은 게 통하지 않아도 친해질 수 있구나.

이게 낚시매력이구나.라고


나는 이렇게 낚시의 매력에 푹 빠졌고 아직도 빠져있다.

어떤 사람은 여자가 하기 어려운 취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은 많은 힘이 들어가야 하거나

어려운 취미가 아니기에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취미이다.

낚시의 매력에 빠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한 번 도전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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