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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차 Oct 09. 2024

인간 올빼미의 반전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불면증

몰랐는데 난 인간 올빼미가 아니라 불면증이었다.

몇 년이나 앓았을까, 2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

20대에서 푹 자본 날을 세보라고 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잠이 안 왔다.

그래서 눈을 감고 있다 보면 잠들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핸드폰을 치우고 불을 다 꺼도,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처음에는 잠 자기까지 1시간, 2시간...

나중에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도 많다.

그럴 땐 퀭해진 눈과 함께 맞이하는 아침은 헛웃음 밖에 나오질 않는다.

그러고 생각한다 "아.. 또..?"


불면증,
그냥 잠 안 와서 둘러대는 거 아냐?


불면증(, insomnia)은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지 못하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각성 상태(뜬 눈)로 있거나, 잠을 자더라도 그 시간이 매우 부족한 증상을 통칭하는 말이다. 

오랜 기간 동안 깨어있어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제때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잠에 들어도 곧 깨어나는 증세가 흔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고 싶어도 잘 수 없는데, 그것이 병이 되어버린 것.

이라고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알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불면증 때문에 못 자서 피곤하다고 하면 

그냥 잠을 안 잔 거인데 둘러대는 거 아니냐고 핀잔을 줄 때도 있다.

(여러분 이건 실제로 있는 증상이고,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엄청 피곤하답니다.)

처음에는 그냥 있다 보면 나아지겠지, 내가 몸이 덜 피곤해서 그럴 거야 라며 넘겼는데

점차 심각해지는 내 다크서클을 보며 이제 진짜 뭐라도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음식을 도전해 봤다.

불면증에 좋다는 각종 차 (대추차, 허브차, 루이보스차) 등을 마셔봤고 따뜻한 우유 한 잔도 좋다고 해서

유당불내증(유당 분해 효소가 나오질 않아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이 있는 내가 우유를 직접 사서 데우고 한 잔 마셔보기까지 했다.

근데 노력한 내가 안쓰러울 정도로 그냥 맛있는 차였고 유당불내증 때문에 설사는 하고.. 결국 잠은 또 오질 않았다.


움직여라, 운동해라 인간아!


먹는 거로 해소하지 못한 나의 결론은 결국 몸이 덜 피곤해서가 아닐까? 였다.

평소 활동량이 많은 직업들을 가져왔던 나로서는 갑자기 활동량이 줄은 날에 유독 잠을 잘 못 잔 것 같았다.

특히나 지금처럼 회사원으로 직업을 바꾼 순간부터는 불면증이 더 심해졌었다.

집에서 간단한 스트레칭 또는 산책을 하기 시작했다.

밤길이라 길게는 못 했고 30분 정도 걷거나 집에서 검색해 따라 하는 스트레칭을 조금 해봤다.

하지만 나에게는 역부족이었을까? 여전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격한 운동이 지금 필요하다.

그래서 운동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헬스부터 테니스, 골프, 스쿼시 등 몸을 많이 움직이는 운동들을 알아봤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주짓수와 MMA.. 예상에는 없던 정말 격한 운동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지쳐서 쓰러져 자게 된 날이..


에? 벌써 아침이라고?


운동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내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벌써 아침이라고?"

그리고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내가 불면증이었는지도 의심되었다.


주짓수와 MMA는 격한 운동 중 하나며 준비운동부터 쉽지가 않다. 

스파링 또한 사람들과 함께 엮여 격하게 매번 5-6판씩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체력이 좋지 않아 1타임만 들어도 헉헉 댔지만

나중에 적응해서는 2타임까지 모두 듣고 집에 간 적도 많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도파민 최대치를 사용하고 집에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그리고 뜨끈한 물에 샤워를 하면 나도 모르게 노곤노곤하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온다.

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불을 끄고 침대로 누웠다.

(밥을 먹는 경우도 있었지만 느껴본 결과 밥을 먹고 자면 다음날 속이 더부룩하다는 점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잠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으론 부족해?


그렇게 운동을 몇 달 다니다 보니 나중에는 몸도 마음도 익숙해져

또다시 잠이 들지 않을 때가 있었다.

이럴 때 나는 최대한 마음을 비우려 노력했다.

내가 느끼기에 사람은 자기 전에 항상 가장 많은 생각을 떠올리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그날에 창피했던 일, 실수했던 일,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

또는 나 이거 정말 멋있었다, 기억하고 싶다 등 행복한 일들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근데 이런 요소들이 잠에는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잠에 들기 전에는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명상을 한단 느낌을 줬다.

그리고 최대한 숨을 천천히 내쉬며 주변의 소리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처음에는 나도 어려웠다. 이렇게 마음을 비운다는 게 무슨 말인지도 몰랐으니깐.


내 하루를 책에 비유해 보자.

나는 오늘 하루를 써 내려가며 책 한편을 만들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쓴 뒤에는 책을 닫아야 한다.

여운이 남더라도 다음 책을 써야 하기에 전 내용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그리고 다음 책을 써 내려갈 때는 첫 페이지를 깔끔하게 열어야 한다.

이렇게 내 오늘 책을 다 썼단 느낌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보자.

그럼 여러분들도 마음을 비울 수 있을 것이다.


불면증


불면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증상이다.

누구는 약물로 극복할 수도 있고 누구는 운동으로 또는 마인드컨트롤로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나는 약물로 극복하기 전 운동과 마인드컨트롤로 최대한 극복을 해보려 노력했다.

약물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먼저 해보자 주의였다.

내 불면증 극복법이 어떤 사람에게는 나처럼 잘 맞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음으로써 불면증은 극복할 수 있는 증상이라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으며,

극복하기 위해 여러 도전을 해봤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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