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줄지 않아도 괜찮아
다이어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
나는 1년 내내 다이어트를 꾸준히 하는 프로 다이어터다. 다이어트를 입으로만 하는 아가리어터이기도 하다.
"나 저녁에 순대 볶음 먹을래."
"다이어트한댔잖아. 순대 칼로리 얼마나 높은지 알아?"
"순대가? 칼로리가 높다고?"
"다이어트한다면서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얼른 순대 칼로리 검색해 봐."
"아 진짜? 잠깐만... 아, 아니다, 나 검색 안 할래. 난 순대 칼로리 높은 거 모른다. 모르는 거야. 알겠지?"
"그게 무슨 다이어트야?"
"아니.. 순대는 맛있잖아. 그리고 순대 볶음에 채소를 많이 넣을 거니까..."
뭐, 자주 이런 식이다. 당연히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 복직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2019년에 둘째를 낳으면서 육아휴직을 했다. 임신하면서 불어난 몸은 출산 후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그동안은 집에만 있었으니 헐렁한 티셔츠에 고무줄 바지를 입고 지내면 그만이었지만 3월부터는 출근을 해야 한다. 조심스레 휴직 전에 입었던 청바지를 입어봤다. 내가 이 바지를 입고 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리는 어떻게 구겨 넣었는데 엉덩이부터는 아무리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왜 살이 찌는가라는 질문에 간단히 대답한다면 탄수화물 때문이다. 단순 탄수화물은 신속하게 흡수되어 혈청 포도당을 급속히 상승시키므로 인슐린 반응을 유발한다. 인슐린은 칼로리가 중성지방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가속화하며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한다.
<왜 우리는 살이 찌는가>, 게리타우브스
인슐린 반응이니, 콜레스테롤 합성이니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탄수화물 때문이라는 건 이해했다. 탄수화물을 줄이기로 했다. 쌀밥, 빵, 면을 멀리하고 다른 거로 배를 채웠다. 샐러드, 브로콜리 두부 무침, 토마토 달걀 볶음, 새우 숙주 볶음 등을 만들어 탄수화물 없이도 맛있게 식사할 방법을 찾았다. 중간중간 배가 고프면 물을 마셨다.
운동도 빼놓을 수 없었다. 나는 몇 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3번 운동하고 인증하는 '아바매런'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운동 횟수와 강도를 조금 높였다. 매일 운동을 목표로 했고, 시간도 늘렸다. 운동은 주로 닌텐도 스위치 링피트로 했다. 링피트 어드벤처는 모험하면서 피트니스를 할 수 있는 게임인데 여러 가지 동작을 할 수 있어 전신 운동이 된다. 또, 돈을 모아 아이템을 사고 꾸준히 할수록 레벨도 오르니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다. 하고 나면 땀이 줄줄 흐르고 얼굴이 시뻘게지는 걸 보면 운동 효과도 확실한 것 같았다.
닌텐도 스위치 링피트 어드벤처.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물리치고 실제로는 내가 쓰러진다.
그런데, 이런 내 노력이 무색하게 일주일 동안 몸무게가 0.5kg밖에 줄지 않았다. '이 살들은 정녕 나와 평생을 함께할 생각인가?', '나는 그냥 이런 몸뚱이로 살아야 하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속이 상했다. 그래도 아직 일주일밖에 안 됐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0.5kg'밖에'가 아니라 0.5kg'이나' 줄었다고. 일주일에 0.5kg이면 한 달에 2kg는 뺄 수 있고, 1년이면 24kg을 뺄 수 있다. 기적의 계산법으로 정신 승리를 하고 기쁜 마음으로 남편한테 자랑했다.
"오빠, 나 0.5kg 빠졌다!"
"그건 똥만 싸도 빠지겠다."
아오, 이걸 확.
샤워하면서 거울을 들여다봤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날씬해진 것 같았다. 조금 부끄러웠지만, 남편을 소환했다.
"오빠, 나 좀 날씬해진 것 같지 않아?"
"흠.. 확실히 살이 빠진 것처럼 보이는데?"
"그렇지? 근데 왜 몸무게는 그대로지?"
갑자기 머릿속에 엉덩이도 안 들어가던 바지가 떠올랐다. 아, 그거다! 얼른 옷장으로 달려가서 바지를 꺼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넣었는데, 뭐가 이렇게 쉽지? 어제도 입었던 바지처럼 쑥 들어가더니 단추도 잘 잠겼다. 앉았다 일어나 보기도 하고 허리를 돌려보기도 했다.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와! 다이어트 성공인 건가?
몸무게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체중계보다 더 정확한 눈바디가 있고, 눈바디보다 더 정확한 옷바디가 있으니까. 성취감을 느끼고 나니 배고픔도 괴롭지 않았고 스쿼트를 하다 다리가 후들거려도 즐거웠다.
앞으로 복직까지 3주가 남았다. 3주 동안 더 예쁘고 건강해질 몸을 기대하면서 과감하게 옷 좀 사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