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행 마무리는 조개 전골로
푸짐한 해산물과 시원한 국물이 일품
고향이 어디냐는 말을 들으면 머뭇거린다. 이사를 자주 다닌 탓에 어디도 고향 같지 않다. 친정이 있는 여수도 마찬가지다. 중고등학교를 여수에서 나왔고 부모님도 아직 여수에 살고 계시지만, 여수에 갈 때마다 여행 가는 기분이 든다.
여수에는 맛집이 많다. 게장과 서대회가 가장 유명하고 교동 포차나 낭만포차의 해물 삼합도 유명하다.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여수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집은 따로 있다. 바로 여수 시청 근처 큰해물천지. 나처럼 여수에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매번 간장게장과 서대회무침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딱 조개 전골이 당긴다. (술도 같이 당기는 게 문제) 여수가 처음인 관광객들도 여수 맛집 투어를 하다 색다른 게 먹고 싶다면 조개 전골을 추천한다.
비주얼 일단 합격
주문하고 기다리면 깔끔한 밑반찬이 먼저 나오고 뒤이어 메인 메뉴 조개 전골이 나온다. 이 비주얼을 보고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철판을 가득 채운 싱싱한 조개와 해산물이라니. 심지어 전복은 살아서 꿈틀거리는 중이다. 동영상까지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면 지인들이 어디냐고 한 번씩 꼭 물어본다. 그때의 뿌듯함이란.
시원한 국물에 소주 한 잔
간장게장이 밥도둑이라면 조개 전골은 술도둑이다. 밥도둑과 술도둑이 모여있는 여수에서 자랐으니 내가 무슨 수로 살을 빼겠는가. 일단 비주얼을 보면 "여기 소주 한 병이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끓일수록 깊어지는 시원한 국물 덕에 평소보다 술이 더 많이 들어간다. 먹다가 국물이 부족하거나 오래 끓여서 좀 짜다고 느껴지면 육수도 리필해준다. 조개나 해산물은 많이 끓이면 질겨지니까 빠르게 먹는 게 팁이라면 팁이다. 취향에 따라 초장에 찍어먹을 수도 있고 고추냉이가 들어간 양파절임을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칼국수로 마무리
사실 해물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부르다. 그래서 다 먹어갈 때쯤 칼국수 사리와 어묵 사리를 추가해 해물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 다른 사리도 있지만 나는 메뉴판도 안 보고 무조건 칼국수다. (글을 쓰다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우동, 라면, 버섯 사리도 있다.) 쫄깃 탱탱한 면발을 후루룩 먹고나서 불룩해진 배를 두드리면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기분이다.
* 이 가게에는 해물찜도 있다. 해물찜도 먹어본 적 있지만 내 입에는 조개 전골이 100배 더 맛있어서 조개 전골 위주로 소개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