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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 용기

내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

by 김채원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와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마지막 글 발행일을 보니 한 달반만에 낸 용기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우울감 때문이었다. 열등감, 자격지심, 수치심, 소외감, 좌절감, 패배감, 분노, 무기력 같은 것들이 똘똘 뭉쳐 '우울'이라는 모습으로 나를 짓밟았다.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했던 말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뱉어냈다. 단단하게 굳어있던 우울을 한 겹 한 겹 벗겨내어 글로 만들었다. 내 가슴을 꽉 막고 있던 커다란 우울감을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풀어버리고 나니 많이 후련해졌다. 그때부터 글쓰기가 지닌 치유의 힘을 맹신하게 됐다.


그 뒤로 자주 글을 썼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고, 매일 글을 쓰는 모임에도 들어갔다.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남들 앞에 나서는 걸 끔찍이도 싫어했는데, 글로 주목받는 일은 짜릿했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꼭 두 번씩 울리던 브런치 알림 진동이 오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댓글? 라이킷? 아니면, 구독?'

마지막 히든카드를 확인하는 사람처럼 두근대는 마음으로 알림을 확인하곤 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은 브런치 알림이 반갑기는커녕 무서웠다.

'OO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합니다.'

라고 적힌 알림을 황급히 지워버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내 글을 읽고 싶다는 사람이 생겼는데 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글이나 쓰고 있기엔 너무 우울했다. 처음엔 우울감을 이겨내려 글을 썼는데 이젠 우울감 때문에 글을 못 쓴다니 아이러니하다.


확실히 이번 우울은 지난번 우울보다 쎈놈인 것 같다. 나는 이번 우울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이 녀석은 자주 나를 움츠러들게 한다.


"너는 왜 그 모양이야?"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아."

"넌 정말 무능력해."


"그러게.. 나는 왜 고작 나일까."


계속되는 공격에 는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 결국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다. 상담사 선생님은 내가 유리멘탈인 것도 '아름다운 영혼을 가졌다'고 표현해주셨다. 나에게 공감해주고 세상을 욕해주면서 나 대신 내 안의 우울을 발로 걷어차 주셨다. 진작 도와달라고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을 받은 덕분에 조금 힘이 생겨 그 힘을 글 쓰는 데 쓰기로 했다. 그렇다고 우울에 맞서 싸울 용기가 생긴 건 아니다. 이 녀석이 잠깐 주춤한 틈에 재빨리 도망쳐보려고 한다. 물리적으로 어딘가에서 빨리 멀어지고 싶을 때 자동차나 기차, 비행기를 타는 것처럼 심리적으로 우울과 빨리 멀어지고 싶어서 글을 쓴다. 글을 타고 훨훨 날아가는 상상을 해본다. 글 쓰는 나는 언제나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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