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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Dec 17. 2021

새해 계획 세우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올 한 해 계획했던 일 모두 이루셨나요?”라는 문장을 만났다. 의문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질문이라기보다 인사에 가까운 말이었으나 어쩐지 반갑지 않았다.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뜻이었고, 올 한 해 계획한 게 있긴 했는지 가물가물했으며, 어쨌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2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떠올려 보려고 기억을 더듬어 11월, 10월,...,1월까지 거슬러 갔다. 그러자 방금 만났던 문장과 많이 닮은 문장이 나타났다. "올 한 해 바라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장 말이다.


"올 한 해 바라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는 의심할 여지없이 새해 복을 비는 덕담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선물 같은 그 문장을 감사히 받았다. 1년이 지난 뒤, 정말로 이뤘는지 물어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한 채 말이다. 이런 씁쓸한 기분을 처음 느끼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새해 계획을 지킨 적이 있긴 했는지 모르겠다. 결국 올해도 지키지 못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100살이 되는 해에 <새해 계획 실패 100주년>을 기념해 술잔을 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왜 나는 유독 '새해 계획'을 지키는 게 어려울까?       


소소하게나마 내가 지켰거나 이뤄낸 것들을 떠올려봤다. 내가 그것들을 지켜낸 비결을 알아낸 뒤 그걸 새해 계획에 적용시켜보기 위해서였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건 결국 '마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마감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하찮은 인간이다. 대신 마감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 잠을 자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세상의 온갖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으로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위대한 인간이기도 하다. 새해 계획에도 12월 31일이라는 마감은 있으나, 마감이 가진 힘이 크지 않다. 연초에는 앞으로 남은 1년이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져 마음이 여유롭고, 연말에는 올해가 이미 다 지나버렸으니 내년을 기약하자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정신이 번쩍 들어 움직이는 사람인데, 1월 1일에 붙인 불은 12월 31일 내 발등에 떨어지기도 전에 꺼져버리고 만다. 그러니 내가 새해 계획을 못 지킬 수밖에. 나 같은 사람이 새해 계획을 지키려면 불씨가 꺼지기 전에 발등에 떨어뜨려야 한다. 애초에 계획을 세울 때 1년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분기, 한 달, 혹은 일주일 단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새해 계획'이라는 큰 틀 안에 분기별 계획, 월간 계획, 주간 계획을 넣어야 한다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새해 목표에 습관처럼 넣는 항목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 독서, 영어 공부 같은 것들이다. 너무 흔하고 뻔해서 쓰면서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런 것들의 문제는 목표를 달성했는지 여부를 가리기가 애매하다는 거다. 여름에 잠깐 살이 빠진 적이 있으면 다이어트에는 성공했지만 유지에는 실패했다고 해야 하는 걸까? 독서는 얼마나 해야 성공한 것이고, 영어 실력은 얼마나 늘어야 영어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해서 성취감을 느껴야 할지 반성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 온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3개월 동안 3kg 감량', '한 달에 5권 읽기'처럼 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1년에 60권 읽기'를 목표로 잡으면 안 된다는 거다. 얼핏 보면 '한 달에 5권 읽기'='1년에 60권 읽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주기가 다르므로 목표 달성도에 크게 차이가 나게 된다.


벌써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올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들을 마음속에 그리기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새해 계획 프로 실패러'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재미', 어떤 사람은 '사람', 또 어떤 사람은 '가치'에 움직일 것이다. '금전적인 보상'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계획을 세운다면 내년 이 맘 때에는 "올 한 해 계획했던 일 모두 이루셨나요?"라는 인사도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을 담아가고 있습니다.


12월의 주제는 <동기 부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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