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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원 Oct 21. 2022

지방러는 문화생활에 목마르다.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공연을 검색한다. 기간은 이번 주말, 테마 '전체', 장르 '전체'로 설정하고 지역을 '전남'으로 설정한다. 선택하신 조건에 대한 결과가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지역을 '서울'로 바꿨다. 이번 주말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은 몇 개일까? 무려 90개다. (세느라 힘들었다.)  서울의 인구가 전남의 인구보다 5배 많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0개와 90개의 차이는 충격적이다.


순천에서도 공연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공연이 드물게 있다.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으니 공연을 본 경험도 별로 없고 그러다 보니 공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 직업이 초등학교 교사라 국어, 수학은 물론이고 음악, 미술 수업도 해야 하는데 교사인 나조차 실생활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여건이 부족하니 안타까울 때가 많다.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걸 어떻게 가르친단 말인가.


몇 년 전, 혼자 서울에 갈 일이 있었다. 마침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연극을 보기로 결심했다. 시간이 비면 연극을 볼 수 있는 서울이 너무 부러웠다. 순천에서는 내가 연극을 보고 싶은 날짜와 연극 공연 날짜가 겹칠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날 나는 같은 시간에 하는 여러 연극 중 하나를 '골라' 볼 수도 있었다. 순천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쉬어 매드니스'를 예매했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 알았다. '쉬어 매드니스'는 관객 참여형 연극이었다. 내용은 이렇다. 미용실 위층에 살고 있던 유명 피아니스트가 살해된다. 손님으로 가장해 잠복하고 있던 형사들은 미용실에 함께 있던 사람들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관객들이 직접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추리하는 형식이다. 일행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누가 범인일지 얘기하며 추리하는데 혼자 보러 간 나는 살짝 뻘쭘했다. 

'아, 다른 거 볼 걸. 하필 골라도 이런 걸 골라가지고.'

혼자라서 뻘쭘했던 것만 빼면 공연은 정말 재미있었다. 공연장을 나서는 발길이 아쉬울 정도로. 나는 몇 년 전에 봤는데 아직도 오픈런으로 공연하고 있으니 서울에 살고 계신 축복받은 분들은 한 번쯤 보러 가시길 추천드린다. 아 물론,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누구라도 데려가시길.


공연장뿐만 아니다. 지방은 전시 시설도 부족하고 체험 시설도 부족하다. 순천에 살면서 딱 하나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도서관이다. 다행히 지방에도 도서관은 많이 있다. (서울에 도서관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서 하는 소리일 수도 있다.)


영화관도 부족하지는 않은데 퀄리티가 아쉽다. 나는 아직 4DX를 한 번도 못 봤다. 남에는 4DX 영화관이 없다. 가장 가까운 4DX 영화관은 광주광역시에 있다. 4DX는 프리미엄 영화 포맷으로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불거나 향기가 난다고 한다. 바람과 향기는 안 궁금한데 의자가 움직이는 건 경험해 보고 싶다. 비행기 전투씬을 모션 체어에 앉아서 보면 얼마나 스릴 있을까.


4DX도 한 번도 못 봤데 스크린 X도 나왔다고 한다. 스크린 X는 영화관 전면뿐만 아니라 양쪽 벽면까지 총 3면 스크린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아마 이것도 전남에는 없을 거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경험할 수 없으니 도무지 와닿지가 않는다. 조선시대에 죄인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배 보낸 게 이해가 된다. 서울에서  멀어지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방 사람도 문화생활하고 싶다. 지방 사람도 어쩌다 공연이나 전시가 있으면 종류를 안 가리고 일단 가보는 문화생활 말고, 여러 공연 중에서 보고 싶은 공연을 골라 보고 싶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취향을 찾고 싶다. 지방러는 문화생활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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