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의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능숙한 알바생과 신입 알바생의 차이이고, 두 번째는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손님들의 유형별 특징이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할아버지가 인상 깊었다. 어르신들께는 부드러운 에그마요를 추천한다는 알바생에게 "뭔 개소리야?"라고 일침을 가한 뒤 자기가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스파이시 쉬림프 아보카도 하나 주는데, 빵은 허니 오트 빵으로 살짝 데워주고, 치즈는 모차렐라, 야채는 오이 빼고, 소스는 올리브 오일 레드와인 식초로 한 번만 뿌려주고, 그리고 쿠키는 더블 초코칩으로."
나는 이 영상을 본 뒤 죽을 때까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장소에 써브웨이를 추가했다.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는 게 저렇게 어려워서야 원. 어떻게 주문하는지 몰라 멀뚱멀뚱 서 있을 내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 식은땀이 난다. 나는 아직 써브웨이에 가본 적이 없다. 순천에는 써브웨이가 없기 때문이다. 써브웨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전국에 매장이 517개나 있다고 한다. 서울에 167개, 경기도에 125개나 있는데 전라남도에는 3개밖에 없고 순천에는 하나도 없다. 순천에 없는 게 써브웨이뿐일까. 지방에는 없는 게 많다. 당연하게도 대부분 프랜차이즈들이 서울에서 시작한다. 거기서 잘 되면 점점 매장을 늘려가는데 순천에도 매장이 생기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써브웨이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 진출한 지 31년이나 됐다는데 아직도 순천에 매장이 없다.
써브웨이는 모르겠고 폴바셋은 좀 생겼으면 좋겠다. 순천에는 폴바셋도 없냐고? 없다. 전라남도 전체에 폴바셋 매장은 하나도 없다. 폴바셋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몇 년 전 친구들과 대구에 갔다가 처음 가 봤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안 가득 느껴지는 산미에 깜짝 놀랐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것 같은 맛이었는데 나는 불호였다. 그것도 아주 강한 불호. 그런데도 매장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서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폴바셋은 라떼가 유명하단다. 지방에 살면 괜히 촌놈이 되는 게 아니다. 지방에는 없는 게 많으니 경험이 부족하고, 경험이 부족하니 촌티가 난다. 작년에 처음으로 폴바셋 스페니쉬 라떼를 마셔봤다. 신이 내린 음료가 있다면 이런 맛일까. 그 후로 광주에 갈 때면 일부러 시간을 내어 폴바셋에 들른다.
2000년대 중반, 광주광역시에 있는 대학교에 다닐 때 우리 과 동기들 대부분은 광주나 전남 출신이었다. 광주 아이들은 우리 사이에서 누가 봐도 '도시 사람'이었는데 문제는 나머지 전남 아이들이었다. 우리는 서로 너네 동네가 더 시골이라며 놀려댔는데 여수출신인 나는 팔짱을 끼고 서서 고만고만한 시골 애들의 지역 부심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전남에서는 여수가 도시다. 진짜다.)
"야 우리 동네에는 이것도 있어."
"우리 동네에도 있거든? 너네 동네에는 이거 있냐?"
하는 식의 대화 몇 번이면 어디가 더 시골인지 금방 판가름이 났다. 그렇게 몇 번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자니 시골과 덜 시골을 가리는 확실한 기준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롯데리아. 롯데리아가 있으면 덜 시골, 롯데리아가 없으면 완전 시골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골로 갈수록 프랜차이즈 매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외식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커피숍에 자주 가는 편도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딱 땡길 때 집 앞에서 바로 사 먹을 수 있는 건 엄청난 축복인 것 같다. 써브웨이 샌드위치 하나 먹으려면 차 타고 한 시간, 폴바셋 라떼를 먹고 싶어도 차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지방 사람은 괜히 서럽다. 혹시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순천에 써브웨이나 폴바셋을 차려주시는 건 어떤지.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부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