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뭐든 빠른 걸로 유명하다. 성격이 급한 게 민족 특성이라도 되는지 효율과 속도를중요하게 생각한다.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자신이 가려고 하는 층수 버튼보다 닫힘 버튼을 먼저 누른다거나, 컵라면에 물을 붓고 3분을 못 기다린다면 당신은 뼛속까지 한국인이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하는데 3초 이상 연결이 안 되면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다거나 영화관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의 특징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국에서는 모든 서비스가 빠르다.
한 번은 다리를 접질려서 유명하다는 정형외과에 갔는데 대기 인원에 놀라고 진료 속도에 더 놀랐다. 병원의 모든 직원이 바쁨에 익숙한 것 같았다. 직원들의 리드미컬한 호명에 환자들이 착착 이동하고 진료실 문 옆에 달린 화면에 있는 대기 환자 이름이 착착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지루할 새가 없었다. 여기가 바로 k-병원이구나 싶었다.
빨리빨리 문화는 배달 서비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운전을 하다 보면 도로에 배달 기사님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차 사이를 가로지르며 위험천만하게 달려간다. 조금만 늦어도 언제 오냐고 항의 전화를 해대는 몇몇 손님들 때문일 것이다. 빠른 배달 서비스는 배달 음식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한다는 로켓 배송이나,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배송한다는 샛별 배송도 생겼다. 하지만 나는 아직 샛별 배송의 신세계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지방에 살기 때문이다.
샛별 배송으로 유명한 마켓 컬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샛별 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나온다. 수도권과 충청은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전에 배송이 가능하고, 대구는 밤 8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8시 전에 배송이 가능하다. 부산이나 울산도 밤 6시 전에 주문하면 아침 8시 전에 배송이 되지만 그 외 지역은 샛별 배송이 안 된다. 물류창고는 서울에 있을 테고 지방 소도시는 수요가 적으니 샛별 배송 서비스가 안 되는 게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아쉽긴 하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지방에 살아서 못 누리는 서비스가 샛별 배송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
그래도 내가 사는 지역은 배달의 민족은 된다. 여기서 조금만 더 시골로 들어가면 배달의 민족도 안 된다. 배달의 민족 어플에서 서비스가 안 되는 시골 주소를 입력하면 이런 화면이 뜬다.
배달의 민족 화면. 서울 사람들도 이런 화면을 본 적이 있을까?
서울 사람들이 역세권을 운운할 때 우리는 배세권을 말한다. 배달 어플이 되는 지역.
배달의 민족이 안 되는 지역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도 사실 조금 놀랐다. 누가 나더러 다시 배달 어플 없이 살라고 한다면 너무 불편할 것 같다. 식당 검색해야지, 메뉴 검색해야지, 전화 주문해야지, 배달 오면 결제도 따로 해야지. 어휴 그냥 안 먹고 말지. 배달앱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불편해서 어떻게 살까?
서울 사람들이 나를 보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샛별 배송 없이 불편해서 어떻게 사냐고. 정말이지 나는 하나도 안 불편하다. 샛별 배송의 편리함을 누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불편한 건 하나도 없는데 부럽기는 하다. 나도 샛별 배송 누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