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채원 Dec 05. 2022

글쓰기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

글루틴 1기를 시작하며

 마음이 구겨지다 못해 찢어졌을 때가 있었다. 여기저기 뚫린 구멍으로 우울, 수치심, 자책감, 모멸감, 좌절감, 불안함 같은 것들이 들어왔다. 누구도 내 편이 아닌 것 같았고,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내던져진 것 같았으며, 울다 지쳐 잠이 들기를 여러 날 반복했을 때, 힘을 내어 연필을 쥐었다. 빈 종이 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을 모두 토해냈다. 글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낙서라고 할 수도 없는 것들로 종이를 가득 채우고 나니 숨 쉬기가 한결 나아졌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로지 나를 위한 글이었다. 나는 나에게 글을 썼고, 내가 쓴 글을 읽어줬다. 글쓰기는 구겨진 내 마음을 위한 다림질이었다.  


마음이 반듯하게 펴진 후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글쓰기는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다. 왜 계속 쓰냐고 물어본다면 그때그때 다르다고 답할 수밖에. 글을 쓴 뒤로 일상이 달리 보였다. 삶이 곧 글이 되었고, 내 글이 곧 삶이 되었다. 이면지에 볼펜으로 끼적인 글은 금방 쓰레기통에 들어가지만 브런치에 정성껏 쓴 글들은 차곡차곡 모인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낸 시간은 금방 잊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록한 시간은 나를 키우는 양분이 되었다.


사람이 즐겁게 살려면 취미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킨이 일상이라면 취미는 치킨무나 콜라가 아닐까. 맛있게 먹던 치킨이 좀 느끼하게 느껴질 때쯤 상큼하게 혹은 청량하게 만들어주는 게 치킨무나 콜라라면, 일상을 지속할 힘이 되어 주는 게 취미다. 나는 취미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글쓰기가 취미면 장점이 많다. 가장 좋은 점은 힘든 일, 속상한 일, 슬픈 일이 모두 글감이 된다는 거다.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고 속상해하다가도 '이거 다음에 글로 한 번 써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웃음이 피식 난다.


글로 만난 인연도 글쓰기를 포기 못하는 이유다. 2020년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 모임 '아바매글'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브런치 작가 레이블 '팀라이트'에 들어갔다. 2인 3각 경기를 할 때처럼 발맞춰 함께 글을 쓰다 보면 실제로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고 위로를 받았다. 때로는 가족들한테도 말 못 할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어 보여주며 글은 피보다 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제는 내가 받은 응원을 사람들에게 전해줄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글쓰기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 '글루틴'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글쓰기가 지닌 치유의 힘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삶에 들여놓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4주간 함께 울고 웃으며 계속 쓸 것이다.


어제 브런치 구독자가 600명을 넘었다.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이 동시에 생긴다. 내가 쓴 글 한 편이 누군가를 기분 좋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내가 쓴 글들이 누군가를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면 좋겠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내가 되려고 노력한다. 내 맘에 쏙 드는 글을 쓰기 위해 내 맘에 쏙 드는 내가 되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나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가진단키트 양성, 신속항원검사 음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