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몰라서 싸우고, 화해하며 배운다.
친구를 "야, 김 씨!"로 부른 아이는 오히려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 씨를 김 씨라고 불렀을 뿐인데 그게 왜 잘못이냐는 거다. 그 아이에게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친구가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뚱뚱한 아이에게 "너 뚱뚱해."라고 말하는 게 실례고, 키 작은 아이에게 "너 키 작아."라고 말하는 게 실례인 것처럼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김 씨!"라고만 부르는 건 실례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너 인성에 문제 있냐?"와 "너 때문이야."에게는 상대방에게 불만이 있으면 비난만 하지 말고 원하는 걸 말하라고 설명했다. "너 인성에 문제 있냐?" 대신 "그런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너 때문이야." 대신 "같이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로 고쳐줄 것을 요청했다.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 것 같던 교실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하루가 지나고 오늘, 도덕 시간에 우리 반 인권 실태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반의 가장 큰 문제는 욕설이나 놀림 같은 언어습관이었다. 놀랍지 않은 결과였다. '욕을 하면 안 된다.', '친구를 놀리면 안 된다.' 말해봤자 그때뿐이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하다 깨달은 게 있었다. 지금껏 아이들한테 '하지 말라'고만했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친절하게 말해야 한다고 가르치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어려운 설명이었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연습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일단 쉬운 것부터 도전했다. 다정히 이름 부르기.
우리 반 아이들은 희한하게 친구를 부를 때 "야, 이효리!", "야, 유재석!"처럼 성을 붙여 부르곤 했다. 성을 붙여 부르다 보니 다정히 부를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지금부터는 "야, 이효리!"말고 "효리야~", "야, 유재석!"말고 "재석아~"로 불러보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내가 당장 둘이 사귀라고 하기라도 한 것처럼 질색을 하며 싫어했다. 못하겠다고 징징거리다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효, 효, 효리야.." 하며 입을 뗀 순간 이름을 부른 아이도 이름을 불린 아이도 깔깔 웃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2,3번 반복하더니 금방 적응한 것 같았다. 겨우 이름만 다정히 불러줬을 뿐인데 교실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 아직 잘 몰라서 싸우고, 화해하며 배운다. 그 과정에서 어른이 해야 할 역할은 '혼내기'가 아닌 '가르치기'다. 앞서 친구를 비난한 아이들에게도 말했던 것처럼, 아이들의 행동이 못마땅하더라도 "또 시작이야?", "넌 도대체 왜 그러냐?" 같은 말로 비난하기보다는 "그럴 땐 이렇게 행동하는 거야."라고 가르쳐줘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어른도 화가 난 상태에서는 이성적으로 행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은 더 노력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비난하지 말라고 해놓고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비난하면 금방 신뢰를 잃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