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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한테 전화가 왔다.

우리 엄마한테 쳐들어가자고.

by 김채원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올케한테 영상전화가 왔다. 아이 있는 집의 영상통화 화면에는 늘 아이들만 나온다. 애들은 애들끼리 서로 화면을 보며 요술봉을 흔들고, 나랑 올케는 우리끼리 할 얘기를 했다. 올케가 먼저 이번 주말에 우리 엄마 집에 갈 거냐고 물었다. 이번 주말에는 선약이 있어서 못 간다고 답했다. 올케는 그럼 오늘 저녁엔 뭐 먹을 거냐고 물었다. 나는 아직 못 정했다고 답했다.


어머니 집 쳐들어갈까요?


나한테는 친정이고 올케한테는 시댁인 그 '어머니 집'이 나보다 올케한테 더 편한 것 같다. 나는 친정보다 우리 집이 편하다. 미리 계획하고 방문하는 게 아니라면 갑자기 친정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생기지는 않는다. 그런데 우리 올케는 시댁에, 그것도 시누이인 나랑 가자는 말을 편하게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 동생이 그럼 엄마한테 전화는 자기가 하겠다고 하니 올케가 말린다.


말 안 하고 가야지.


혹시 우리 엄마가 거절할 수 있으니 말하지 말고 쳐들어가잔다. 거절은 거절하고 무조건 직진이다. 가서 파전 부쳐서 막걸리 한잔씩 하자며 나를 꼬신다. 파전에 막걸리면 무조건 가야지. 방금 벗었던 외투를 다시 입고 집을 나섰다.


사실 어떨 때는 동생보다 올케가 더 편하다. 이유가 뭘까 생각하니 올케가 나를 편하게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님도 불편해하지 않고 절친하고나 가능할 별별 주제들로 대화를 이끌어간다. 가끔 우리 아빠가 며느리랑 이런 얘기해도 되는 거냐고 물을 정도다. 물론 무례해 보이는 게 아니라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교성과 붙임성은 집안 내력인 것 같다. 올 한 해 우리 시부모님보다 올케 부모님을 더 많이 만났다. 케 생일이라고 만나고, 름이라고 만나고, 단풍 들었다고 만나고, 김장했다고 만난다. 만나면 다 같이 둘러앉아 술도 한잔씩 하면서 깔깔 웃는다. 세상에 이런 사돈지간이 또 있을까 싶다.


친정에 도착했더니 동생네는 이미 와 있다. 아빠는 평일에 이게 무슨 일이냐며 어리둥절하다. 우리 엄마는 보고 싶은 손주들 다 모이니 신나서 함박웃음이다. 행복이 뭐 별거냐 싶다. 자주 만나서 웃고 떠들면 그게 행복이지 뭐. 올케 덕분에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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