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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연약하지 않다.

by 김채원

나는 눈물이 많다. 좋아도 울고 슬퍼도 운다. 미안해서도 울고 서운해서도 운다. 눈물이 많은 나를 보고 사람들은 마음이 여리다고 한다. 인정한다. 나는 마음이 여리다. 내 마음이 얼마나 여리냐면, 누가 솜털로 살살 간지럽히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나는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음악 시간에 우리 반 아이들이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면 어느 순간 감동해서 눈물이 훅 하고 쏟아진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난 아이들이 왜 우냐고 물어보면, 너네가 너무 예뻐서 울었다고 대답한다. 아이들은 예쁜데 왜 눈물이 나는지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하다.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이 난다. 내가 자주 눈물을 흘리는 포인트는 '원치 않는 이별'이다. 특히 죽음이 갈라놓는 사이를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실제로도 죽음을 마주하면 오열을 한다. 친하지도 않은 직장 동료의 장례식에서도, 상주보다 더 많은 눈물이 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결혼식에서도 눈물이 난다.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때면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난다. 누가 보면 신랑과 사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얼른 눈물을 닦는다. 신기하게도 나는 내 결혼식에서 눈물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에서 제일 신난 사람처럼 웃고 있었다. 앞으로 울 일이 많을 걸 본능적으로 알고 눈물을 아꼈는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무렵, 나는 밥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다 울었다. 죄 없는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어나가는 게 안타까워서, 한 순간에 일상을 빼앗긴 게 슬퍼서, 지금 이 순간에도 공포에 떨고 있을 사람들이 안쓰러워서,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목구멍에 밥을 밀어 넣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미안해서. 그래서 펑펑 울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눈물이 많은 내가 좋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사람보다는 눈물이 많은 내가 더 마음에 든다.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눈물이 날 때도, 먼 나라의 전쟁 소식에 눈물이 날 때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얼굴도 본 적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 아이들이 더 크게 노래 부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눈물이 많은 나를 보며 사람들은 연약하다고 하지만 사실, 눈물은 연약하지 않다. 눈물을 흘리며 나는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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