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이 그놈일까?

결혼을 할 거라면 생각해 봐야 할 문제

by 김채원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는 시대를 막론하고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우리 때도 공부하기 싫으면 괜히 선생님께 첫사랑 얘기를 해 달라고 조르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도 가끔 비슷한 질문을 한다. 대부분의 질문은 너무 귀여워서 사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 잘 대답해 주곤 했는데, 듣자마자 당황해서 아직까지 기억하는 질문도 있다.

선생님, 남편 사랑해요?

그때는 남편과 더럽게 안 맞아서 자주 울고, 자주 결혼을 후회하고, 그러다 <그러니 제발 결혼하지 마세요>라는 매거진을 쓰고 있을 때였다. 사랑한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장난처럼 "사랑은 무슨 사랑! 그냥 같이 사는 거지!"라고 했다.


지금도 누군가 남편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것도 아니다. 어떨 땐 고맙고, 어떨 땐 서운하고, 또 어떨 땐 안쓰럽기도 한 그런 사람인데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적당한 단어를 찾으라면 '정'인 것 같다.


사랑이 뭘까? 도대체 그놈의 사랑이 뭐길래 나는 남편을 사랑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걸까? 사랑은커녕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남편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격도 취향도 관심사도 모두 정반대에 가깝다. 서로 대화하며 공감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 심지어 남편은 대화도 싫어해서 대화할 일도 별로 없다. 내가 남편에게 기대하는 행동이나 말이 있으면 남편은 늘 그 기대를 무너트린다. 모르긴 몰라도 나도 자주 남편의 예상을 뒤엎는 사람일 거다.


남편이랑 벌써 8년을 함께 살았다. 더럽게 안 맞는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구랑 살아도 안 맞는 부분은 있을 테고 그로 인해 부딪치고 깨지다가 서로에게 뾰족했던 가시들이 조금씩 닳아질 테니 말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놈이 그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하면 부딪치고 깨질 일이 적고 그 시간을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결혼을 해 보니 '누구와' 결혼을 하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저 적당한 사람과 할 거 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모두가 인정하는 1등 신랑감, 1등 신붓감을 찾을 게 아니라 나에게 1등인, 나와 잘 맞는, 평생을 함께해도 좋을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결혼은 시작이 안 좋았지만 그렇다고 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른 부부보다 더 많이 부딪치고 더 많이 깨지겠지만 결국엔 우리 부부만의 사랑법을 찾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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