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하늘을 보는 이유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창 밖의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하늘을 가장 좋아하는데, 하늘의 색이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아침의 검푸른 하늘엔 해를 중심으로 붉은빛이 퍼져나간다. 이 붉은빛은 어떤 날은 주황, 어떤 날은 빨강, 또 어떤 날은 분홍과 보라가 섞인 빛을 낸다. 흐려서 회색 빛인 하늘도 있고 안개가 자욱하게 껴서 희뿌연 하늘도 있다. 어떤 빛의 하늘이건 하늘을 만나는 순간의 벅차오르는 기쁨의 크기는 같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색을 보면서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라는 뜻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만큼 좋아하는 게 또 있다. 그건 바로 보름달이 뜬 하늘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보름달이 잘 보이는 집에 살고 있다. 까만 밤하늘에 동그랗고 밝게 빛나는 보름달을 보면서 아득히 먼 우주를 상상한다. 작디작은 나를 둘러싸고 있을 광활한 우주를 떠올리면 내 안에 들어차 있던 근심과 걱정들도 먼지처럼 작게 느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만일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거야.
마찬가지로 어느 날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달의 모양이 상현달을 지나 보름달로 가고 있는 중이라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 하늘을 좋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침 하늘은 '하늘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한 파랑을 '하늘색'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그는 한여름 대낮의 하늘을 자주 본 사람일 것이다. 만약 내가 색깔의 이름을 정했다면 우리가 아는 '하늘색'을 '연파랑'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늘이 하늘색이 아닌 순간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의외의 것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예를 들면 겨울에 피는 철쭉 같은 것들. 우리 아파트 담장에는 철쭉나무가 있다. 봄이 되면 진분홍, 보라, 흰색 철쭉들이 빼곡히 피는데 이 철쭉이 내가 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가끔 한겨울에 피어있는 철쭉을 발견할 때가 있다. 철 모르고 일찍 피어버린 그 철쭉에는 시선이 오래 머문다. 봄에 만난 철쭉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커다란 성공, 거대한 성취, 엄청난 행운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주 행복할 수 없다. 남들은 크게 신경 쓰지도 않을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매일이 행복이다. 오늘도 출근을 해낸 정도의 성취, 청포도맛 사탕 포장을 뜯었는데 사탕이 2개 나오는 정도의 행운이라면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