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되는 이유
안 괜찮으니까
아이가 4살 때였다. 그때 우리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자기 머리카락을 뽑는 버릇이 있었다.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증상이 심해져 거의 탈모처럼 머리 한가운데가 휑하니 비어버렸다. 아이를 데리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놀이치료를 병행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문제는 대부분 아이가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걸.
하루는 아이와 식당에 갔다.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도 함께였다. 음식이 나오기 전, 아이가 컵에 물을 따르고 싶다고 했다. 물이 가득 찬 물병은 4살짜리 아이에게 너무 무거웠던지 아이는 테이블에 물을 엎지르고 말았다. 당황한 아이에게 얼른 괜찮다고 위로를 해 주었다.
음식을 다 먹고 커피숍에 갔을 때도 아이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는 나에게 엄마가 밉다고 했다.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고 상담을 받으러 갈 날만 기다렸다.
내 이야기를 다 들은 선생님은 "괜찮다."는 말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하셨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물을 쏟은 아이는 하나도 안 괜찮은데 내가 내 멋대로 괜찮다는 말을 해버렸다는 거다.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안 괜찮은 사람에게 괜찮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음을. 오히려 더 속상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선생님은 그런 상황에선 그냥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하셨다. 괜찮다는 말 대신 "물을 엎질러서 속상했구나." 같은 말을 해 주라고 하셨다.
돌도 안 된 둘째를 안고 네 살짜리 첫째를 데리고 매주 상담을 받으러 다니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꼬맹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쥐어 뜯기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덕분에 아이를 이해하려고 더 노력하게 됐고,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배우게 됐다.
상담을 끝내고 아직도 내가 지키려고 노력하는 건 이런 거다.
1. 위험한 행동이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라면 최대한 허용해 주기
2. 꼭 해야 하는 일과 가끔 안 해도 괜찮은 일은 확실히 알려주기
3. 어떤 경우에도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기
4. 아이가 싫어하는 것 (외출, 양치, 잠자는 것 등)을 하기 전에는 미리 알려주기
4살짜리 꼬맹이는 8살이 되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이제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지도 않고 뽑아버렸던 머리도 다시 자랐다. 동생 때문에 스트레스받던 아이는 아침부터 동생을 끌어안고 뽀뽀를 퍼붓는 사랑 가득한 언니가 되었다. 아이가 쑥쑥 자라는 동안 나도 많이 성장했다. 엄마가 되는 기쁨을, 다른 사람이 아닌 아솜이의 엄마가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준 아이에게 오늘도 고맙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탐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이 달에는 순차적으로 앞선 작가님이 지정한 문장을 포함하여 글을 이어가는 글쓰기 릴레이를 진행중입니다. 제가 지정한 문장은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배우게 됐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