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생각 바로잡기
방학인데 학기 중 보다 더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며 매일 함께 쓰고 있고, 공저 출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피드백도 해 드리고 있다. 거기에 최근에 계약한 강의 영상 촬영건으로 원고도 쓰고 있다. 덕분에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글만 쓰는 꿈같은 날들을 보내게 되었으나 현실은 나를 자꾸만 책상 아래로 끌어내린다.
아침에 아이들을 챙겨서 등원시키고, 청소나 빨래 같은 자잘한 집안일을 조금 하고 나면 오전 시간은 금방 가고 만다. 대충 점심을 챙겨 먹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또 아이들 하원 시간이다. 남편이 퇴근한 후에는 글 쓰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진도는 안 나가고 마음만 초조하다.
오늘은 반드시, 기필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늘려보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이가 아프다. 도저히 어린이집에 보내기 힘든 상태였다. 아픈 아이도 걱정이고 아이를 데리고 있느라 글을 못 쓸 나도 걱정이었다. 아이는 아픈 것치고는 컨디션이 좋았다. 평소보다 밥도 잘 먹고 자주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게 되었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은 빨리 글을 써야 된다는 생각에 불편함이 가득했다.
다행히 아이는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드디어 글을 쓸 시간이다. 책상 앞에 앉았는데 머리가 텅 빈 것 같다. 아이가 잠들기만 하면 700타 정도는 되는 속도로 멋지게 키보드를 두드릴 줄 알았는데 커서가 깜박이는 빈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안 되겠다. 물이라도 마셔야겠다.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 내 머릿속은 온통 '바빠죽겠는데 아이가 아프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마치 바빠죽겠는데 아픈 아이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 오늘 아픈 아이를 계속 원망했다. 아이가 잠들고 나니 알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갔어도 나는 글을 쓰는 시간보다 텅 빈 화면을 마주하고 앉아있다가 SNS나 기웃거리는 시간이 많았을 거라는 것을.
사실 바쁜 것과 아이가 아픈 것은 별개의 문제다.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 사건을 가지고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하는 생각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짜증 속에 보내왔던가. 만약 두 사건이 따로따로 일어났다면 덜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하루는 바쁘고 하루는 아이가 아픈 그런 이틀을 보내는 것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사건에 나만의 해석이 들어가게 되면 사실은 왜곡되기 쉽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 게 다 말썽이네.' 같은 말로 쓸데없이 아무 상관없는 부정적인 사건들을 연결해 부정적인 감정을 심화시키지 않기. 나에게 꼭 필요한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