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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한 순간에 잃는 기분

튀르키예에 평안이 오길

by 김채원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는 10년도 넘었다. 어느 가을밤, 평소와 똑같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고 그렇게 돌아가셨다. 향년 97세.


할아버지가 90이 넘으실 때쯤부터 모두가 알았다. 할아버지와 함께할 시간이 이제 정말 많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너무 아프거나 많이 슬프지 않게 할아버지를 보내드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할아버지 장례식장은 여느 장례식장처럼 눈물과 슬픔이 가득했다.


당시 80세 가까이 됐던 장남인 큰아버지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꺽꺽 울다가 결국 혼절하셔서 누군가 큰아버지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우리 할머니는 102살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10년 전에 쓰러지셔서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도 살아계신다. 안타까운 건 치매가 심해 모든 기억을 잃고 요양병원에 누워계신다는 거다. 손녀인 나는 물론이고 아들, 딸들이 찾아가도 누군지 못 알아보신다. 가끔은 저렇게 생명만 유지하는 삶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가, 그래도 내가 보고 싶을 때 찾아갈 수는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도 아직 살아계시는데 건강이 악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려니 마음이 아프다. 아직까지 가족을 잃은 경험이 거의 없는 게 축복인 것 같다가도 앞으로 겪을 이별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에 슬퍼지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한 순간에 잃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잠들기 전에는 있었던 사람이 깨어보니 없으면 얼마나 허망할까. 그 사람이 사라졌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손 닿는 곳마다 눈 가는 곳마다 세상이 온통 그였을텐데.


텅 비어버린 그 가슴을 상상도 하기 싫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도 밝게 웃던 얼굴이 떠오르고, 자다가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눈을 번쩍 뜨겠지. 그러다 그가 사라졌다는 걸 깨닫고 다시 잠들지도 못하고 긴 밤을 슬픔 속에 보내겠지.


2월 6일 밤 튀르키예에서 연쇄 강진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12,000명이 넘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 같다. 최악의 경우 사망자만 20,00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한다.


죽은 딸의 손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진이나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동생 머리를 손으로 보호하며 17시간을 버틴 소녀의 사진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못해 저리다. 부디 더 많은 사람이 구조될 수 있길, 튀르키예 사람들이 하루빨리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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