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게 학교 보다 집이 더 힘드냐"
퇴근한 지 1시간 만에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남편이 뱉은 말이다. 6학년 25명 보다 우리 집 8세 여아 1명, 5세 여아 1명이 더 힘들단다.
우리 집 8세와 5세는 3월 2일에 각각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입학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중이라 요즘 잔뜩 날이 서 있다. 8세는 그래도 좀 컸다고 학교에서는 별 문제없는 것 같은데(그렇다고 믿고 싶다) 5세는 선생님이 잠깐 밥을 가지러 가기만 해도 불안해하며 엉엉 운단다.
유치원에 입학한 날 선생님이 너무 예뻐 반해버렸다더니 반해도 단단히 반한 모양이다. 하원 시간도 문제다. 유치원 버스를 안 타고 도보로 등하원하는 아이라 내가 데리러 가는 시간이 하원 시간인데, 조금 일찍 가면 엄마가 일찍 와서 간식을 못 먹었다고 울고 조금 여유 있게 가면 간식도 다 먹었는데 엄마가 안 왔다고 운다.
하원도 힘든데 등원은 오죽할까. 배고파로 시작된 아침은 양치하기 싫어, 유치원 가기 싫어, 옷 입기 싫어, 유치원 가기 싫어, 머리 묶기 싫어, 유치원 가기 싫어로 이어진다. 8세가 그 꼴을 가만히 두고 볼 리 없다. 군기 바짝 든 8세가 "너 때문에 늦어서 선생님한테 혼나면 어떡할 거야??" 하고 소리를 지르면 5세가 지지 않고 "유!치!원!가!기!싫!다!고!"하고 맞받아친다.
시계를 보고 조급해진 내가 일단 5세를 안고 나가면 8세가 또 왜 자기는 안 안아주냐고 서러움을 드러낸다. 희한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잠깐 평화가 온다. 8세와 5세는 깡충깡충 뛰고 빙글빙글 돌다 까르르 웃으며 씩씩하게 걷는다. 학교 앞에서 5세와 8세가 찐한 포옹을 나눈 뒤 8세가 등교하면 나는 5세와 단둘이 유치원으로 향한다.
유치원 신발장. 여기가 최대 고비다. 보통은 등원 담당 선생님 한 분이 유치원 신발장에서 모든 아이들을 맞이하는데, 우리 집 5세가 신발장에 도착하면 담임선생님이 바로 달려 나오신다. 특별관리대상명단에 이름을 올린 게 분명하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울먹이는 5세를 밀어 넣고 나오면 마음이 불편하다.
오후 4시. 8세와 5세가 다시 만나는 시간이다. 이때부터 둘 사이는 애틋했다가 미웠다가 안아줬다가 밀었다가 스펙터클 하게 돌아간다. 특히 요즘 둘 다 샤우팅에 취미를 붙여서 듣고 있으면 귀가 아프다 못해 머리가 지끈거린다.
얘네는 왜 그렇게 남의 떡만 커 보이는지 궁금하다. 똑같은 색깔 풍선 두 개를 똑같은 크기로 불어줬는데 8세는 5세 풍선이 더 예쁜 모양으로 불어졌다고 화를 내고 5세는 8세 풍선이 더 반짝거린다고 운다. 말릴 힘도 없어서 그냥 보다 보면 갑자기 둘이 풍선을 씻으러 가자고 사이좋게 욕실로 향한다. 욕실에서 나는 물소리와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가 방금 본 치열한 싸움은 뭐였나 싶다.
3월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조금 더 크면 나아지겠지 정도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오늘 8세가 걸으면 새끼발가락이 아프다고 했던 게 떠올라 희망을 가져본다. 그새 발이 자랐으니 마음도 금방 자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