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은 귀엽다

네, 맞아요 딸바보.

by 김채원

8 살에게 초등학교는 얼마나 대단한 곳일까? 국어사전에서 '초등'을 찾으면 '차례가 있는 데서 맨 처음 등급, 또는 맨 아래 등급'이라고 나온다. 그러니까 1단계, 레벨 1, 초급, 초보 같은 말과 비슷한 뜻인 거다. 그렇게 하찮고 사소해 보이는 '초등'이라는 단어도 뒤에 '학교'가 붙으면 대단한 곳이 된다. 적어도 8 살에게는 그렇다.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이 된 지 일주일 정도 된 우리 집 첫째는 초등학생이 된 게 꽤나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일주일 만에 애교심과 책임감으로 무장한 아이를 보면 그 진지한 태도가 너무 귀여워서 미치겠다. 4살 때는 3살 때의 귀여움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고, 6살 때는 5살 때의 귀여움을 볼 수 없는 게 서운했는데 다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8살이 되면 다시 귀여워지니까 미련 갖지 않아도 된다.


월요일에 학교에 다녀와서는 줄곧 교가를 연습했다. 알림장을 보니 학교에 대해 배운 날이었다. 다른 노래를 부를 때와는 사뭇 다른 자세의 아이를 보니, 선생님께서 노래를 부를 때는 바른 자세로, 큰 목소리로 부르라고 가르쳐 주신 게 분명했다. 아이는 벽에 댄 듯 반듯한 등, 흐트러짐 없는 자세, 우렁찬 목소리로 하루 종일 교가를 불렀다. 얼마나 많이 불렀는지 이제는 나도 아이 학교 교가를 외운 건 물론이고, 설거지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나도 모르게 교가를 흥얼거릴 정도가 돼 버렸다.


교가를 한 10번쯤 불렀을 때였나? '햇빛 같은 열정으로~'라는 부분을 부르다가 아이는 문득 나에게 물었다. "엄마, 근데 열정이 뭐야?"

가사도 모르는 노래를 그렇게 진지하게 부르고 있었던 거다.

"니가 지금 교가를 부르는 그 마음이 열정인 것 같아."

아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묻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열정적으로 교가를 불렀다.


오늘은 아이와 산책을 나갔다. 아이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밖에 나가자마자 잔뜩 흥분해서 나를 불렀다. 아이를 흥분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소나무였다. 우리가 이 집에 산 이후로, 그러니까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쭉 우리 집 앞에는 10그루는 족히 넘는 소나무가 있었다. 산책하러 갈 때마다 솔방울을 주워놓고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소나무가 거기에 있다고 나를 불렀다. 아이는 태어나서 소나무를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말했다.

"우리 학교 교목이 여기에 있다니!"


이게 다 소나문데 ㅋㅋ

열 걸음쯤 더 가서 아이는 또 호들갑을 떨며 나를 찾았다. 이번에는 동백나무였다. 동백나무도 내내 그 자리에 있었는데 아이는 또 태어나서 동백꽃을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는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말했다.

"우리 학교 교화가 여기에 있다니!"

이 정도 애교심이면 표창장이라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책하면서 아이는 학교에서 밥을 다 먹었다고 자랑했다. 심지어 제일 싫어하는 가지 반찬이 나왔는데도 다 먹었다고 했다. 아이는 밥을 다 먹을 수 있었던 비결을 나에게 전수해 줬다. 싫어하는 반찬부터 일단 다 입에 털어 넣고 꿀꺽 삼킨 다음에 좋아하는 음식만 남은 식판을 보며 즐겁게 밥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뭐 대단한 비밀이라도 알려주는 것처럼 우쭐대는 그 표정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오늘은 숙제도 있었다. 오늘부터 5일 동안 신발 정리, 옷 정리, 가방 정리 등을 스스로 하고 했는지 안 했는지 체크리스트에 체크해서 가져가면 된다. 그중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도 있었다. 숙제를 확인하며 내 마음이 설렜다. 신발 정리, 옷 정리는 크게 기대가 안 됐는데 일찍 자기는 제발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일찍 자기' 미션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엄마, 지금 자면 일찍 자는 거 맞아?"

"엄마, 혹시.. 이제 늦어버렸어?"

"엄마, 나 일찍 자야 되니까 조용히 좀 해 줄래?"

그러더니 정말로 평소보다 일찍 잠이 들었다. 이제는 귀엽다 못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앞으로 4일은 더 일찍 자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하니 너무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숙제가 5일짜리라서 아쉽기도 하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의 휴대전화를 충전시켰다. 학교 다니면 연락할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사준 건데 아직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다. 왜냐면 선생님께서 학교에서는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하고 가방에 넣어놓으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나올 때는 가방에서 꺼내 무음모드를 해제하고 케이스에 달린 스트랩을 어깨에 걸치라고 해도 내 말은 안 듣는다. 쓰지도 않을 건데 충전은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도 너무 귀엽다. 내가 언제까지 귀여울 거냐고 물을 때마다 100살까지 귀여울 거라고 하던 게 생각나서 또 귀엽다. 근데 얘는 진짜 100살이 돼도 귀여울 것 같다. 적어도 내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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