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너무 거창하게 썼나
우리 집에는 아주 작고 귀여운 5살 여자 아이가 산다. 그리고 그 아이만큼이나 귀여운 8살 여자 아이도 산다. 8살 여자 아이는 사실 오늘 글과는 상관이 없지만 동생만 언급하면 서운해할 게 뻔하기 때문에 일단 소개는 했다.
#1. 요술봉
둘째는 뭐든 빠르다. 언니를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좋은 것만 보고 배웠으면 좋겠는데 안 배웠으면 하는 건 더 잘 배운다. 그래서 또래보다 더 일찍 과자와 초콜릿, 젤리를 맛보고 또래보다 더 일찍 유튜브에 입문한다. 희한한 건 애교는 언니보다 훨씬 많다는 거다. 언니한테 배운 거라고 하기엔 애교의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아무리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도 둘째 애교에는 무너지고 만다.
대신 첫째는 눈치가 빠르다. 동생의 애교에 엄마가 무너지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이제 원하는 게 있으면 동생을 시킨다.
"야, 일로와 봐."
둘째가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촐랑촐랑 달려간다. 둘이 귓속말을 하지만 내 귀에 다 들린다.
"엄마한테 티비 보여달라고 해."
둘째는 신이 나서 나한테 촐랑촐랑 달려온다.
"엄마 티비 보고 싶어요."
"안돼"
둘째는 잠시 시무룩하더니 장난감 상자에 가서 요술봉을 꺼내온다. 그리고 한껏 귀여운 표정으로 요술봉을 빙글빙글 돌리며 "마음아 변해라 마음아 변해라 얍!!" 하고 외친다. 물론 얍!! 할 때 요술봉은 나를 향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확인 사살.
"엄마, 마음이 변해서 티비 보여주고 싶죠?"
안 보여줄 수가 없다.
#2. 내 심장이 그랬어
도대체 이 친구가 심장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 요즘엔 무슨 말만 하면 자기가 그런 게 아니라 심장이 시킨 거란다. 어제도 그랬다. 밥 준비를 하다 돌아섰더니 둘째가 손과 얼굴이 초콜릿으로 범벅이 된 채로 서 있었다. 얼굴만 봐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곧 밥 먹을 건데 초콜릿 먹으면 어떡해?"
"내 심장이 너무 먹고 싶다고 말했어."
"너가 먹고 싶어서 먹은 거잖아."
왼쪽 가슴을 만지며
"아니야. 심장이 콩닥콩닥 했다고."
아, 귀여워. 내 심장도 콩닥거린다.
#3. 네
둘째는 아직도 유치원에 적응 못했다. 매일 아침 우리 집 신발장 앞에서 신발 안 신겠다고 한 번, 유치원 신발장에서 신발 안 벗겠다고 또 한 번, 두 번은 서럽게 울어야 하루가 시작된다. 선생님도 신경이 쓰이시는지 유치원에서는 잘 지낸다고 자주 연락을 주시는데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어차피 아침에는 우느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으니까 오후에 아이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일은 울지 말고 씩씩하게 유치원 가볼까?"
"네"
생각보다 쉽게 알겠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정말? 진짜 안 울고 갈 거야? 우와! 멋지다!"
"엄마, 나 방금 슬픈 목소리로 대답한 거 못 느꼈어? 씩씩하게 못 갈 것 같다는 뜻이야."
그럼 그렇지. 그런데 이 친구 어쩜 이렇게 말을 잘하지? 브런치 작가 개짱이 딸이라서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