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새해 계획 안 세우려고요.
일정을 짜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매일 지는 태양을 보기 위해 서쪽으로 갔다가 매일 뜨는 태양을 보기 위해 동쪽으로 간다. 늘 제자리에 있는 태양의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일이다. 지는 태양 앞에서 한 해의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뜨는 태양 앞에서 새로운 다짐을 한다.
나도 새해에는 늘 계획을 세우곤 했다. 내 계획에는 항상 다이어트, 독서, 영어 공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는 여전히 다이어트가 필요한 몸을 가졌고 작년에는 책을 10권 밖에 못 읽었으며 영어로 자신 있게 할 줄 아는 말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내 기준에 새해 계획을 지킨다는 것은 하루도 빠짐없이 완벽하게 지켜낸다는 것을 말한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개의 칸이 있는 달력에 365개의 동그라미를 치는 일. 한 번이라도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실패하면 바로 흥미를 잃고 내년을 기약하곤 했다.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나의 시작은 항상 창대했으나 곧 미약해졌고 그 미약함은 연말까지 이어졌다.
미약함으로 가득한 한 해를 보내기를 몇 년, 나는 이제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나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새해에 내가 바라는 점이 있다면 그저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문득문득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복을 글로 남겨놓고 싶다.
작년 11월, 글쓰기를 시작했다.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안한 시기였다. 글을 쓰면서 많은 힘을 얻었고 쓰는 행위에 대한 강한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도 내년에도 글은 계속 쓰고 싶다. 이왕 쓸 거라면 좀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있다. 글을 잘 쓰려면 아무래도 좋은 글을 많이 읽어봐야 될 것이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써야겠지. 올해는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쓰면서 보내고 싶다.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는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란 인간은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는 계획 조차 지키지 못하나 보다. 차라리 잘 됐다. 이제 계획을 지키는데 실패했으니 정말로 계획 없는 한 해를 보낼 수 있겠다. 올 한 해가 너무 기대된다. 마치 일정을 짜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