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 모임
노트북과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는 한 사람. 누구보다 외로워 보이는 그 모습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상상처럼 멋스러운 외로움은 아니었지만 나의 글쓰기도 무척이나 외로웠다. 고독한 노력 끝에 발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도 아닌 것 같았고. 글쓰기 학원이라도 있으면 다니고 싶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운명처럼 나에게 찾아온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바매글
아바매글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 모임이다. 브런치에서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로 활동하고 계신 글밥님을 대장으로 17명이 매일 공통의 주제로 한 달 동안 글을 썼다. 1주 차는 구체적인 글쓰기, 2주 차는 설득하는 글쓰기, 3주 차는 상상하는 글쓰기, 4주 차는 솔직한 글쓰기. 글쓰기가 정말 즐거웠던 3월 한 달을 돌이켜보며 후기를 써보려고 한다.
내가 한 달 동안 매일 글을 썼다고?
처음 아바매글에 신청서를 낼 때만 해도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어 많이도 망설였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무언가를 꾸준히 해 본 적이 없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은 1주 차에 바로 사라졌다. '잘 쓰기 모임'이 아니라 '매일 쓰기 모임'이라는 설명에 부담 없이 쓸 수 있기도 했고, 매일 글쓰기 한 달 미션을 달성했을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무려 3만 원의 보증금도 나를 쓰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움직인 건 즐거움이었다. 글쓰기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 우리는 서로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줬다. 그럼에도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있으면 카톡방을 통해 수다를 떨었는데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람들이지만 서로 소통하면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다.
서로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방법
매주 일주일치 주제를 미리 받은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내 생각을 글로 옮겼다. 내 글을 다 쓰고 난 뒤에는 같은 주제로 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봤다. 하나의 주제에서 나온 서로 다른 17편의 글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다양한 생활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줬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쓴 글이나, 같은 주제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다른 글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어쩌면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회의를 하는 것보다 같은 주제로 글을 써서 모아 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사람들의 선한 영향력
나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이런 걸 인복이라고 하는 건가. 사실 아바매글을 하면서 내 스스로가 기특하고 자랑스러웠다. 매일 글쓰기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다른 멤버들은 매일 글쓰기 말고도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매일 운동, 매일 요가, 매일 필사, 매일 영어 공부, 혹은 출간 작업. 블로그를 통해 멤버들의 삶을 엿보며 자극을 받아 나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매일 걷기에 도전해 일주일 동안 매일 한 시간씩 걷기도 했다. (어느 날 비가 와서 흐름이 끊긴 뒤로 흐지부지 되긴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아바매글을 하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내가 매일 글을 썼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날은 갑자기 생긴 술 약속 때문에 떡볶이와 소주병을 앞에 두고 두서없는 글을 급히 써서 내기도 했다. 내가 글을 쓰면서도 이건 글을 쓴 게 아니라 글을 가장한 똥을 싼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어쨌든. 앞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혼자 하면 어려운 글쓰기지만 같이 하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글쓰기 습관을 만들고 싶은 분들이라면 글쓰기 모임을 적극 활용하셨으면 좋겠다. 아쉽게도 아바매글은 4월 한 달 방학이다. 5월에 다시 시작하는 날까지 혼자서라도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겠다.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세상에 나올 책을 기대하며.
3월 한 달, 저의 동료가 되어주신
글밥님, 보보스님, 캐리브래드슈님, 뷰트너님, 비전맨님, 지만님, 용맹한 바닷가재님, 작가 현정님, 곰돌이빵님, 영감버섯님, 소보루빵님, 상하님, 광묵님, 웃음꽃님, 씩씩이님, 마리아님.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