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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이 당연한 날이 올까?

고기가 맛있어서 고민입니다.

by 김채원

나는 동물을 안 좋아한다. 싫은 건 아닌데 무섭다. 산책을 하다가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을 만나면 숨도 꾹 참고 빠르게 지나간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도 쓰레기장에 고양이가 있으면 쓰레기를 그대로 들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나는 동물이 가엾기도 하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사자나 호랑이, 아쿠아리움에 사는 벨루가를 보면 안쓰럽다. 평생 갇혀 지내는 기분은 상상할수록 끔찍하다. 후라이드 치킨은 잘도 먹으면서 할머니가 닭장에서 막 잡아 끓여준 백숙은 또 못 먹는다. 방금까지 눈 앞에서 돌아다니던 닭을 차마 먹기 힘들다. 동물 애호가는 아니지만 동물 애호가들이 채식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채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채식을 권하는 콘텐츠도 많아졌다. 가끔 자극적인 영상이나 글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오래전에 봤던 한 영상 내용은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영상 속에서 엄마는 아이에게 고기를 가리키며 말한다.
"넌 저게 음식으로 보이니? 저건 소의 사체를 그릇에 담아놓은 거란다."

'소의 사체'라고 하니 영상 속 고기를 쳐다보기도 힘들어 눈을 질끈 감게 됐다. 그 뒤로 한 번씩 고기를 앞에 두고 '사체'라는 기분이 들어 젓가락을 대기 찝찝할 때도 있었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육식을 줄여야 한단다. 소는 방귀를 뀌거나 트림을 할 때마다 메탄가스를 내뿜는다. 이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또, 가축을 키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일도 많다. 가축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을 밭으로 개간하고, 소를 방목할 목초지를 만들고 사료 공장과 축사를 짓기 위해 나무도 많이 베어낸다.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나무를 베어낼수록 지구온난화 속도는 빨라진다. 게다가 미국에서 가축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물의 양은 전체 주거를 위해 사용하는 물의 양의 11배에 해당된다니 물 사용량도 어마어마하다.

알면 알수록 육식을 줄일 이유는 많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채식을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있다. 고기는 맛있다는 것.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용기가 안 난다. 참 못났다 못났어.

다행히 선택지는 많다. 채식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프루테리언: 채식 중에도 과일, 견과류, 곡식만 허용

비건: 식물성 음식만 허용

락토: 우유, 유제품, 꿀은 허용

오보: 달걀은 허용

락토 오보: 달걀, 우유, 유제품, 꿀은 허용

페스코: 유제품, 달걀, 어류는 허용

폴로: 유제품, 달걀, 어류, 닭고기 허용

플렉시테리언: 아주 가끔 육식 허용


프루테리언이나 비건은 엄두도 안 나지만 페스코부터는 해볼 만할 것 같다. 채식을 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면 강제로 채식을 해야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자기 찾아온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가 일상이 된 지금처럼 말이다. 그런 날이 오기 전에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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