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기, 나의 아기 그대로 바라보기

by 볼통통알파카

아기와 시간을 보낼 때면 문득 불쑥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우리 아기는 다른 아이들보다 순한 것 같아.”

“근데 왜 아직 제대로 표현을 못 하지?”

“다른 아이들은 저렇게도 잘 노는데… 우리 아이는 왜 예민하게 굴까?”

처음에는 이런 생각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기준을 붙잡고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 기준은 어디서 온 걸까?

누군가 명확히 정해준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내 안에 자리 잡은 '이상적인 아기'의 이미지였다.

감정 표현도 적절히 하고, 다른 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며, 예민하지 않고 무던한 아이.

그리고 나는 그 기준을 조용히 우리 아기에게 적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나는 우리 아기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다른 누군가와의 비교'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론 “우리 아기만의 속도가 있는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선 ‘그래도 다른 아이들처럼 했으면 좋겠는데’라는 바람을 지우지 못했다.

정말 미안하고, 슬픈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을 마주하게 된 건 최근 들어서다.

어느 날, 아기와 놀고 있는데 사소한 실수 하나에 내가 너무 빠르게 반응했다.

작은 짜증을 낸 건 아니었지만, 아기는 눈치를 챘다.

그리고 조용히, 그리고 다급한 느낌의 휘젓는 손짓.

그렇게 아기는 내 품에서 벗어나 작은 인형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나는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던 걸까?

아기가 뭔가를 잘 못했을 때, 그걸 단순한 시행착오로 보기보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를 먼저 떠올린 내 태도가 스스로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내 아기보다, 내가 원하는 아기를 키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날 이후, 내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우리 아기는 다른 아이보다~’라는 문장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우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그 대신 이렇게 말해본다.

“오늘도 새로운 걸 시도한 우리 아기, 멋지다.”

“가르쳐주면 조금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따라오는 우리 아기, 대견하다.”

“서툴지만 늘 같은 자리에서 도전하는 우리 아기, 고맙다.”

그렇게 시선을 바꾸니, 매일 보던 아기의 행동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천천히’가 이제는 아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예민해 보였던 감정 표현도, 사실은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느끼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했던 ‘차이’는 결코 ‘부족함’이 아니었다.

그건 그냥 다름이었다.

그리고 그 다름은, 아기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리듬과 리듬 사이의 고유한 박자였다.


우리는 육아를 하면서 늘 비교의 유혹에 시달린다.

주변 부모들이 SNS에 올리는 아이의 빠른 성장, 또래보다 먼저 시작한 영어 교육, 예체능 활동, 사회성 발달…

그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불안은 결국 내 불완전한 기준에서 시작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기의 삶은 누군가의 기준을 따라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대로 조금씩 펼쳐지는 것이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이 부모인 나의 몫이고, 내가 성장해가는 또 하나의 길이다.

육아는 어쩌면, 아이를 키우는 일이기 전에

내 마음속의 불안과 성급함, 비교와 조급함을 키우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기와 놀고, 울고, 웃으면서 내가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덜 조급해지는 걸 느낀다.

그게 지금 내가 느끼는 ‘소소한 성장’이다.

지금은 비교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가끔은 다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예전처럼 무심코 기준을 들이대기보다,

이제는 그 마음을 인식하고, 다시 내려놓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오늘도 아기는 서툴지만 천천히 자라간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서,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기와 함께 논다는 것의 진짜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