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 濟家 治國 平天下)”
대학에서 나온 문구다. 예전에는 그저 멋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속에 넣어두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았다.
그런데 아기를 돌보는 지금, 이 문구가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다.
특히 첫 번째 단어, ‘수신(修身)’.
그 단어가 유난히 마음에 걸렸다.
수신, 몸과 마음을 닦는다는 뜻.
나는 이것을 ‘나 스스로 가득 채워주는 자존감’, ‘내 몸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건강함’,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야말로 내가 아기에게 꼭 물려주고 싶은 밑바탕이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멋진 말 몇 마디를 가르쳐주는 것보다, 아기가 자기 삶을 건강하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초 체력을 심어주는 것.
그게 바로 수신이라고 믿는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기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싶어지는 순간이 많다.
예를 들어 양보하는 마음,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용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살피는 따뜻함.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것들은 결국 부모가 먼저 몸으로 보여줘야 아기가 자연스럽게 배우는 법이다.
말로만 “양보해야지”라고 하는 건 공허하다.
내가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기는 그 장면을 마음에 저장한다.
이게 바로 수신이 먼저인 이유다.
문제는, 지금의 나는 매일 소모되는 삶 속에서 나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아기를 재우고 나면 몸은 이미 녹초가 되고, 머리는 하루 종일 흡수한 소음과 걱정으로 꽉 차 있다.
그런 상태로는 ‘건강함’도, ‘자존감’도, ‘지혜’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니 내가 아기에게 좋은 것을 물려주고 싶다면, 먼저 나부터 채워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 마음을 크게 하나 먹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기로.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 20분은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러닝머신 위에서 땀을 흘리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든 상관없다.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이 덜 예민해지고, 그러면 아기에게도 훨씬 부드럽게 대할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또 하나는, 하루에 5분이라도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핸드폰을 내려놓고, 오늘 있었던 일을 차분히 돌아본다.
아기와 함께 웃었던 순간, 짜증이 났던 순간, 그리고 그 순간에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곱씹어본다.
이런 기록을 쌓다 보니, 내가 반복해서 빠지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급함이 올라올 때, 혹은 아기의 행동을 비교하게 될 때.
그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수신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매일 작은 행동을 통해 나를 돌보는 습관이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
아기와 놀다가도 깊게 숨을 들이쉬며 여유를 찾는 것,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의 고마운 순간을 떠올리는 것.
이 작은 습관들이 쌓여서 결국 나를 채우고, 그 힘이 아기에게 전해진다.
아기를 키우면서 나는 ‘나를 먼저 키우는 법’을 배우고 있다.
아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는 더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은 이기적으로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든다.
그게 곧 아기를 위한 시간이라는 걸, 이제는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