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의 작은 전쟁, 그리고 성장

by 볼통통알파카

아기를 재우는 시간은 매일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어떤 날은 눈웃음을 머금고 금세 잠드는 평화로운 순간이지만,

또 어떤 날은 한없이 길게 이어지는 씨름이 된다.

행복과 지침이 교차하는 이 시간은, 육아하는 아빠로서 나를 끊임없이 단련시키는 훈련장이기도 하다.

육아책을 읽고, 인터넷의 조언을 찾아보면서

“잠들기 전 패턴을 만들어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의 루틴을 세워보았다.

환한 방에서 침실로 들어가는 것, 점점 조도를 낮춰 어둠에 적응시키는 것,

애착이불을 꼭 껴안고,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는 것.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우리 아이는 비로소 잠들 준비가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번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낮에 충분히 뛰어놀았다면 금세 잠이 들지만,

놀이가 부족했던 날이면 침대를 뒹굴다가 이내 거실 놀이매트로 뛰쳐나간다.

결국 다시 한두 시간을 더 놀아주고, 처음부터 루틴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흘러 자정을 넘어가기도 한다.

이럴 때면 솔직히 힘이 든다.

다음 날 출근을 생각하면 몸이 무겁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이 마음을 짓누른다.

그런데도 아이는 내 피곤함을 알 리 없다.

그저 오늘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고 싶다는 듯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부른다.

나는 이런 순간에 반성하게 된다.

“하원했을 때 내가 충분히 놀아주지 못했구나.”

“조금만 더 체력적으로 버텨서 아이와 신나게 놀아줬다면 더 쉽게 잠들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 체력 관리의 중요성까지 이어진다.

‘내가 건강해야 아이와도 오래 놀아줄 수 있겠구나.’

그래서 일찍 잠들고 운동을 다짐하는 날이 많아졌다.

육아는 늘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나를 키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이가 잠들기 전 보여주는 투정 속에는,

“오늘 하루 충분히 놀았는지, 마음이 편안했는지, 아빠가 옆에 있어주는지”가 담겨 있다.

그 신호를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아이는 쉽게 잠들지 않는다.


결국 잠투정은 아이만의 언어이고, 나는 그 언어를 배워가는 학생이다.

물론, 이런 과정이 늘 달콤한 건 아니다.

때로는 ‘나는 왜 이렇게 서툴까?’ 하는 자기검열이 불쑥 고개를 든다.

하지만 곧 깨닫는다.

완벽한 부모는 없고,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오늘은 실패했어도 내일은 더 잘할 수 있다는 마음이,

육아의 지루한 밤을 다시 견디게 한다.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볼 때면 모든 피곤함이 씻겨 내려간다.

작은 손가락이 이불 끝을 꼭 쥐고, 규칙적인 숨결이 방 안을 채운다.

그 순간 깨닫는다.

오늘의 작은 전쟁도 결국은 내게 큰 선물이었다는 것을.


내일은 또 다른 패턴이 될 것이다.

새로운 투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다짐이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 더 단단한 아빠로 성장할 것이다.

결국, 아기를 재우는 일은 단순히 아이를 위한 시간이 아니다.

나를 돌아보고, 내일의 나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오늘도 아이는 나를 잠 못 들게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내일 더 잘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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