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기의 일상을 기록하다 보니, 집에서 아기가 밥을 잘 안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단순히 ‘아이들이 원래 밥을 잘 안 먹는다더라’ 하고 넘겼는데, 곰곰이 들여다보니 문제는 우리에게 있었다.
우리 가족의 저녁은 늘 간단했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요리할 체력도,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매일 저녁은 볶음야채, 볶음고기, 남은 재료로 끓인 국 정도.
아기가 즐거워할 만한 반짝이는 메뉴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끔 해주는 파스타를 아기가 눈을 반짝이며 환장하듯 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깨달았다. 아기가 밥을 잘 안 먹는 건 입맛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내놓는 메뉴가 늘 비슷하고,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참 미안했다.
맞벌이 부부에게 요리는 늘 하기 싫은 숙제였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밑재료를 씻고, 용도별로 손질하고, 먹고 남은 걸 보관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버겁다.
특히 한 번 장을 보고 채소를 쟁여두면, 시간이 없어서, 회식이 있어서, 혹은 단순히 귀찮아서 결국 버리게 되는 일이 많았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그렇게 버려졌다.
버려지는 채소를 볼 때마다 ‘돈도 아깝고 환경에도 죄짓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같은 패턴을 반복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때그때 맞춰 먹는 방식으로 바꿨다.
식재료를 쌓아두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사서 요리하는 것.
이 방식은 신선도 면에서는 괜찮았지만, 결과적으로 아기에게 제공되는 음식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로서의 부족함이 문득문득 크게 다가온다.
나는 요리라는 영역에서 그 부족함을 깊게 느꼈다.
게으름 때문일까? 체력 부족 때문일까?
변명은 많았다. 하지만 결국 결과적으로는 아기에게 홀대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아기의 밥상은 부모의 마음을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인데, 나는 그걸 소홀히 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한동안 아기를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퇴근 후 피곤한 몸을 핑계 삼아 ‘오늘도 간단히 때우자’ 하고 넘어갔던 날들이 아기의 성장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싶었다.
물론 아이가 아직 어리니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부모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건 단순히 밥이 아니라, 아이와 나눌 수 있는 경험의 시간이었음을.
그래서 다시 다짐했다.
‘아기를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요리해 보자.’
거창한 요리가 아니어도 된다.
새로운 메뉴를 하나씩 시도해 보고, 아기와 함께 식탁에서 작은 즐거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주말에는 아기와 함께 마트에 가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아기가 씻은 방울토마토를 그릇에 담게 하는 일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그 과정 자체가 아기에게는 또 다른 놀이이자 배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완벽한 요리가 아니라, 아기를 생각하며 준비하는 마음이다.
아기가 밥을 잘 먹든 못 먹든, 그 마음은 분명히 전해질 거라 믿는다.
육아는 늘 불완전하고 부족하다.
하지만 그 부족함을 자각하고, 조금이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순간들이 쌓여 결국 부모와 아이 모두를 성장시킨다.
나는 오늘도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아기야, 아빠가 더 맛있게 해 줄게. 우리 함께 즐겁게 먹자.”
이 다짐이 내일 저녁에는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