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첫 제주 여행, 준비의 기록

by 볼통통알파카

아기와 함께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단순히 ‘놀러 가자’라는 가벼운 결심 같았지만,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기와 떠나는 여행은 어른 둘만의 여행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나와 아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아기의 여행에는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짐을 싸기 전부터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혹시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었다. 평소에는 잘 쓰지도 않던 약들이 이번 여행에서는 첫 번째 준비물이 되었다.

작은 파우치에 해열제, 체온계, 멀미약, 소화제를 하나하나 넣으며 스스로 안도감을 느꼈다. 아이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마음은 부모로서 빼놓을 수 없는 본능 같았다.


그다음 챙긴 건 물놀이 용품이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이벤트가 바다라는 걸 잘 알기에, 수영복과 튜브, 작은 비치볼을 챙기는 순간에는 피식 웃음이 났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아기가 파도 앞에서 까르르 웃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부모의 걱정이 짐 속에 차곡차곡 쌓였다면, 그 사이사이에 이런 기대와 설렘도 함께 자리 잡았다.


생활용품을 챙길 차례가 되자, 짐은 더 빠르게 늘어났다.

물티슈는 혹시 몰라 두 팩을 챙겼다. 작은 사고가 잦은 아기와 여행할 때 물티슈는 마치 만능열쇠 같았다. 타월, 치약, 칫솔, 아기 전용 바디워시와 로션, 기저귀, 물놀이 후 갈아입힐 여벌옷까지 넣다 보니 캐리어는 이미 빵빵해졌다. 거기에 혹시 추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카디건까지 챙겨 넣으니 ‘이건 거의 이사 준비가 아닌가?’ 싶어 웃음이 났다.


옷을 챙길 때는 한 벌, 두 벌로는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혹시 밥을 먹다 흘리면, 혹은 모래밭에 굴러다니면 바로 갈아입혀야 하니까.

결국 평소 입는 양보다 두 배는 되는 옷을 챙기고 말았다. 캐리어가 점점 무거워질수록,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 단순히 설렘이 아니라 ‘염려의 무게’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또 하나 크게 다가온 건 ‘우리가 평소 어떻게 살고 있었는가’였다. 맞벌이를 하다 보니 집에서 늘 간편하게 식사를 해결하던 우리 가족에게,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 과일, 아기가 좋아하는 맘마밀까지 챙기게 되었다.

사실 현지에서 사도 되지만, 혹시 마음에 드는 게 없거나 타이밍을 놓칠까 싶어 집에서부터 준비해 갔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결국 ‘혹시 몰라서’라는 이유로 가방이 무겁게 채워지는 것 같다.


짐이 늘어날수록 아내와 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이건 꼭 필요해?”

“혹시 모르잖아.”

“근데 캐리어가 벌써 닫히질 않아.”

“그럼 작은 가방을 하나 더 챙기자.”


그 대화를 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 아기에게 불편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짐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짐이 캐리어를 넘어 거실에 쌓였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염려가 크구나.’ 사실 아기와 함께하는 여행은 염려와 설렘이 동시에 자라는 과정 같았다. 한쪽에는 ‘혹시’를 붙이며 챙겨 넣는 물건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이거면 아기가 좋아하겠지?’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고른 것들이 있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건, 아기를 위한 짐은 곧 부모의 마음이라는 사실이었다. 부모가 상상하는 모든 돌발 상황과, 아기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기대가 고스란히 캐리어 속에 담겨 있었다.


짐은 무겁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은 결국 가볍고 따뜻했다.

아직 여행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준비하는 순간부터 이미 우리 가족의 첫 제주 여행은 소중한 추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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