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함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나기로 했다.
사실 제주도는 우리가족에게 가장 손쉬운 선택지였다. 해외까지는 아직 자신이 없었고, 그렇다고 멀리 차를 끌고 장거리 이동을 하기에는 아기가 너무 어려 보였다. 그래서 결심한 제주도 여행은, 말하자면 앞으로 있을 더 큰 여행을 위한 예행연습 같은 의미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한껏 설레었다. ‘첫 비행기, 첫 여행, 첫 제주’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작지 않았다.
출발 전날, 집안은 작은 전쟁터였다.
아기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사실 하나가 짐의 양을 두세 배로 늘려놓았다. 평소라면 옷 몇 벌, 세면도구, 카메라만 챙기면 됐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해열제, 밴드, 체온계 같은 약품류는 기본이었고, 수영복, 튜브, 물놀이용 장난감까지 챙기다 보니 캐리어가 금세 꽉 찼다. 물티슈, 손수건, 속옷, 아기 전용 로션과 바디워시까지 챙기면서 순간 생각했다. ‘우리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걸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분주하게 준비한 끝에 드디어 공항에 도착했다.
이륙 전, 나는 여전히 긴장했다. 아기가 좁은 좌석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칭얼대면 어쩌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면 다른 승객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정작 아기의 표정은 담담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에도, 아기는 그저 창문 밖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고요히 앉아 있었다. 놀람도, 두려움도 없는 모습에 나와 아내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긴장한 건 결국 우리뿐이었다.
제주에 도착한 순간부터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해가 지고 난 뒤 펼쳐진 레이저쇼와 불꽃놀이는 아기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불빛을 가리키는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형 워터파크에서는 물살에 몸을 맡기며 깔깔 웃다가도, 파도가 조금 세게 치면 나를 꽉 붙잡으며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동물 체험장에서 오리를 보고는 ‘꽥꽥!’ 하며 따라 하다가, 정작 오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아냐, 아냐’ 하며 손사래를 치던 모습도 귀여웠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호텔 침대 위에 앉아 푹신한 이불을 만지작거리던 아기는 이내 눈을 꿈뻑거리다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낮에는 새로운 풍경을 보느라 눈이 반짝이더니, 밤에는 낯선 공간에서도 금세 안정을 찾고 잠드는 모습이 대견했다. 사실 나는 아기가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내기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편안해 보였다. 그 순간 또 한 번 깨달았다. 불안해한 건 결국 아기가 아니라 우리였음을.
돌아오는 길, 나는 이 여행이 단순히 제주를 즐긴 시간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기의 웃음과 표정 하나하나에서 ‘해보니 괜찮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완벽하게 준비해야만 가능한 여행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언제든 생길 수 있고, 아이의 반응은 늘 우리의 예측을 넘어섰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결국은 우리 가족의 추억이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처음 제주에 발을 내딛기 전, 나는 수없이 고민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이와의 여행은 걱정을 줄이는 게 아니라, 그 걱정을 추억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지금, 나는 또 캐리어를 꺼내는 상상을 한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볼까.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용기 있게. 아기와 함께라면 어떤 여행도 두렵지 않다는 걸, 이번 제주 여행이 이미 증명해 주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