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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커피 May 08. 2023

계란을 좋아하면서 왜 먹지를 못하니..

내가 계란을 5년 동안 못 먹은 건에 대하여

국민학교를 다닐 때였다. 토요일마다 친구와 나는 학교 후문 앞 분식점에 갔다. 간판조차 없던 겨우 2~3평 정도 되는 정말 작은 분식점이었다. 편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없는 곳에 가는 이유는 그 분식점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계란! 계란이 뭐가 특별해서 거기서만 먹을 수 있다는 건가 싶을 테지만, 그 분식점은 계란을 조금 다르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 혼자서 장사하던 그곳에선 아는 사람만 찾아 먹는 메뉴가 있었는데 간판이 없는 것처럼 이름도 딱히 없었다. 그저 "아주머니 국물 계란 하나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옛날 길거리 오뎅을 먹을 때 국물을 떠먹던 빨간색의 작은 바가지에다가 삶은 계란 한 알을 넣고 떡볶이 국물을 채워주셨다. 그러면 떡볶이를 먹지 않아도 떡볶이 국물에 계란을 으깨 먹을 수 있었는데 이건 국민학생이 1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진국의 메뉴였다. 100원! 무려 100원으로 말이다.


초여름의 토요일이었다.

그날도 친구와 나는 국물 계란을 먹으러 갔다. 맛있는 것을 먹기 전의 설레는 마음으로 계란을 으깨어 한 입 떠먹는 순간... 맙소사. 이상한 냄새가 확 올라오면서 구역질이 나는 거다. 내가 겪는 그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옆에서 잘만 먹고 있는 친구를 보니 내가 이상한 것 같았다. 결국 나는 그 계란을 못 먹고 빨간 바가지채로 다 버리고 나왔다.


토요일의 계란을 못 먹은 게 한이 되어 다음 날 할머니께 계란프라이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리고 밥상에 계란프라이 하나가 놓였는데 또 맙소사! 프라이에서도 그 역한 냄새가 났고 으레 구역질이 나서 입에 넣었던 계란을 바로 뱉었다.

계란을 좋아하면서 왜 먹지를 못하니... 어쩌면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려버린 걸까.

이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나는 깨달았다. 이제 내 삶에서 계란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한 5년 동안은 계란을 입에도 못 대다가 중학생이 되어서야 다시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그때부턴 계란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내 삶에서 끝난 줄 알았던 계란이 다시 내게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로부터 한참 뒤 대학생이 된 나는 오전 시간에 토스트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워낙 장사가 잘 되는 집이라 오전시간에만 계란을 다섯 판 넘게 굽곤 했다.

토요일의 그날처럼 초여름의 어느 날, 잊고 있던 나쁜 기억을 떠올리는 냄새를 마주했다. 계란을 굽기 위해 세팅 중이었는데 그중 계란 한 알에서 그때 그 냄새가 확 올라오는 거였다. 자세히 보니 껍질에 좁쌀만 한 벌레 몇 마리가 보였다. 기겁을 하고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날이 더워질 때 한 번씩 그런 썩은 계란이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하셨다.

나는 처음으로 계란이 썩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집에서는 계란을 바로 냉장고에 넣고 빠른 시일 내에 먹어 치우기 때문에 썩을 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내가 그날 먹으려다 뱉어버린 것은 썩은 계란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정말이지 역하게 구린 냄새가 그때와 똑! 같았다. 내가 많이 먹어서 질렸던 게 아니라 계란의 썩은 냄새에 질려버린 거였다. 서른 알의 계란 중 하나가 썩은 것을 모르고 그대로 삶긴 채 내게 왔기에. 그 냄새 때문에 그렇게나 좋아하는 계란을 5년 동안이나 못 먹었지만 그래도 억울하진 않았다.


내 기억 속의 아주머니는 왜소하지만 힘이 넘치는 분이었다. 소문으로는 가족도 없이 혼자 장사하시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항상 웃고 계셨지만 억척스럽게 일을 하시던 분이었다. 혼자서 바쁘게 장사하시다가 모르고 넘어간 탓이겠지. 지금 같으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요식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나는 이런 일을 경험 삼아 위생에는 특히 신경 쓴다. 먹을 것을 판매하는 곳에서 위생이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때의 아주머니처럼 놓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도 내가 놓치는 것이 없는지 찬찬히 매장을 살펴본다.

 

그저 "아주머니 국물 계란 하나 주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옛날 길거리 오뎅을 먹을 때 국물을 떠먹던 빨간색의 작은 바가지에다가 삶은 계란 한 알을 넣고 떡볶이 국물을 채워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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